임기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 되니, 행복했던 지난 4년의 시간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2005년 9월 부임하자마자 훌륭한 현대 도시의 위용을 갖춘 서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 머물면서 목격한 한국인들의 역동적인 기질, 실용성과 생산성을 향한 끝없는 열정, 그리고 더욱 살기 좋은 조국을 만들기 위한 변함없는 노력은 감동적이었다.
제주도의 반짝이는 해변이나 용평의 눈부신 설원과 같은 아름다운 풍광 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부산 등 분주한 대도시의 활기, 대전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의 진보와 기술적 성취가 공존하는 한국의 모습 또한 놀라웠다.
그러나 가장 경이로운 것을 꼽으라면 역시 한국이 이룬 경제적 성취이다. 한국전쟁이 남긴 폐허 위에서 단 40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한국인들의 능력에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곳에서 보낸 4년의 임기는 한국의 이 위대한 경험을 이집트의 발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6년 봄,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사적인 카이로 방문 후에 한국과 이집트의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올라섰다. 자국의 발전 경험을 나누며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을 북돋움으로써 한국이 강대국 틈에서 올바른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주한 이집트 대사로서, 한국이 일군 기적의 원리가 어디서나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성공적인 선례가 이집트이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양국간의 친선과 우호 증진이 우선적인 필수 조건이다.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박물관100주년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전시로 이집트의 고대 문명을 선택한 것은 양국의 활발한 문화 교류에 물꼬를 트는 청신호라 할 수 있다.
현재 전시 중인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의 이집트 유물은 19세기 중엽 이집트의 부왕(副王)이 오스트리아의 대공(大公)에게 하사한 대규모의 선물 중 일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집트 문명전'은 이집트의 찬란한 고대 문명과 그것에 매료되었던 서구인들의 관심을 집약한 것이다. 영화나 책을 통해 이미지로만 알려졌던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미라 등은 인류 최초의 문명 중 하나였던 고대 이집트의 신비로운 세계관에서 태어나 5000년이 넘는 역사의 부침 속에서 살아남은 나일강의 기적이자, 세계인의 유산이다.
임기가 끝나가는 주한 이집트 대사로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이 펼쳐질 나일강의 비옥한 토양의 원천에 대한 한국인의 이해와 관심이 지금보다도 더욱 높아져 한국-이집트 양국의 관계가 발전적인 동반자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레다 엘 타이피 주한 이집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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