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선원 4명이 탄 어선 '800연안호'가 사고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북한에 나포된 지 2일로 나흘째다. 북한이 800연안호를 순순히 돌려 보낼지, 아니면 대남 압박 카드로 쓰기 위해 장기 억류 수순을 밟을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북한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인민군 해군경비함이 7월30일 동해 우리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한 남측 선박 1척을 나포했다"며 "현재 해당 기관에서 구체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대남 전화통지문에선 "구체적으로 조사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묵묵부답하지 않고 신속하게 반응을 보인 것은 긍정적 신호이지만, 북한의 속셈이 어느 쪽에 쏠려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내용들이다.
2005년 4월13일 '황만호' 월선 사건 때 북한은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월선 사실 공개하고 사고 발생 5일만에 송환했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어 단순 비교는 무리다.
정부 관계자는 2일 "북한의 추가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이 800연안호에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남한 당국이 파악한대로 인공위성항법장치(GPS) 이상으로 인한 불가피한 월선이라고 북한이 인정한다면 조기 송환할 공산이 커진다. 하지만 정탐, 간첩 등의 혐의를 씌워 노골적으로 카드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800연안호가) 불법 침입했다"고 한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또 최근 강경파인 북한 군부의 입김이 세지고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이 17일 시작되는 것도 불안한 변수다. 북한은 3월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도 개성공단 출입 통제로 남한을 흔든 만큼 이번에도 새로운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 할 수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UFG 연습 이전에 해결되긴 힘들 것"이라며 "개성공단에 억류된 유모씨 경우처럼 수개월을 끌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아주 조기에 돌아오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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