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를 '홍대'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홍대는 이미 한 대학의 이름을 넘어 문화가 된 지 오래이다. 홍대에 첫발을 내디뎠던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미술 시간에 쓸 고무 판화를 사서 옆구리에 끼고 아이스크림을 빨며 본 홍대는 화방과 미술학원이 많은 평범한 대학가였다. 이십대 중반 직장에 다니느라 머물렀던 홍대, 막 개발이 시작되어 한두 채 헐린 집 마당에 관정봉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2009년 지금, 홍대는 몸살을 앓고 있다. 땅값이 몇 배로 뛰자 가정집들의 지하와 일층은 대부분 상점으로 개조되었다. 눈에 익었던 건물이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고 없다. 예전 직장이 있던 자리는 요란한 일본식 주점이 들어서서 추억을 되새길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단층 양옥이 헐린 자리에는 방이 많은 건물이 들어선다. 밤이면 술집들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어디선가 하나 둘 모여든 젊은이들로 골목, 골목이 꽉 찬다. 며칠 전 밤, 홍대 끝에서 반대편 홍대 끝으로 가로질러 걸어왔다.
많은 청년들이 거리를 떠돌고 술집과 카페는 만원이었다. 그 밤에도 누군가 극동방송국 담벼락에 래커로 '예술, 예술인을 이용하지 맙시다'라고 써놓기도 하고 왁자지껄 떠드는 취객들에 술집 옆 가정집의 갓난아기가 깨어 울기도 한다. 홍대는 점점 영역을 넓혀간다. 이곳은 서울특별시 홍대자치구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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