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6,332달러, 플로리다주 올랜도 858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2,550달러,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484달러.
출장경비나 신혼여행 비용이 아니다. 미국 뉴욕시에 머물고 있는 노숙자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시에서 지원하는 비용이다. 되돌아오지 말라는 의미로 편도 티켓 비용만 지불한다. 푸에르토리코에 살던 헥터 코리아는 두 달 전 어머니와 함께 살 목적으로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뉴욕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곧바로 어머니 집에서 쫓겨났고 결국 노숙자센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곳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비용을 대준다고 하자 그는 푸에르토리코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헥터는 "뉴욕이 이렇게 살기 힘든 곳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노숙자 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는 뉴욕시가 노숙자 가족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도록 돕는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지시에 따라 2007년 이후 뉴욕시로부터 이주 비용을 받아 550여 가족이 뉴욕을 떠났다고 전했다.
시는 노숙자 가족이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 어디를 가든 가족 수와 상관없이 편도비용을 전액 지원해주고 있지만 전혀 불만이 없다. 이주 비용은 수백~수천달러에 불과한 반면 시가 이들의 거주지를 마련해주려면 가구당 3만6,000달러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산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게 시의 평가인 듯하다.
시 당국은 이 프로그램이 강제성이 없으며 노숙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이들을 받아줄 친척이 있는지 찾아봐준다고 설명한다. 노숙자가 뉴욕시를 떠나 정착한 곳은 지금까지 미국 내 24개 주와 미국 밖 5개 국가에 이른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 프로그램이 노숙자 문제를 다른 지역에 떠넘기는 것에 불과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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