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구원투수 김준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구원투수 김준규

입력
2009.07.31 00:45
0 0

'구원투수 김준규'가 떴다. 구원투수라는 용어가 그로선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겠다. 왠지 '대타', '대역'의 뉘앙스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검찰총장의 사퇴와 후임 총장 내정자의 낙마, 이로 인한 검찰 조직의 상처 등 전례 없는 위기상황을 추슬러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는 점에서 구원투수라는 말은 적절하다. 물론 그는 대타나 대역이 아니라 분명한 에이스다. 엘리트 집단을 자부하는 검찰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까지 오른 경력만으로도 검찰조직을 이끌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의 인상은 부드럽다. 늘 웃음 띤 얼굴에 부드러운 서울 말씨가 언뜻 권력기관의 수장 이미지와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그가 수사나 공안보다는 기획이나 국제업무를 주로 해온 것도 이런 이미지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그의 인상처럼 그는 내정자로서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개혁의 방법으로서 조직개편보다는 '일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강조했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국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검찰을 만들겠다"는 말도 했다.

검찰 같은 수직적 조직에서 총장은 곧 검찰의 색깔과 수준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부드러운 남자' 김준규 내정자가 흐트러진 검찰조직을 하나로 모으는 데에는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총장의 부드러움이 자칫 검찰 본연의 업무인 사정의 칼날을 무디게 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그가 말하는 '수준 높은' 검찰이 어떤 검찰을 말하는지도 아직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다.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그의 시각에도 얼른 동의하기 어렵다. 그는 자신이 여러 나라의 검찰청을 가봤다면서 "우리나라만큼 중립적인 검찰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거론한 나라 대부분은 제3세계 국가나 아시아권 국가들이다. 그는 정치적 중립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권과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이 같은 인식이 국민 다수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 인식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터무니 없는 것인지에 대한 그의 추가 답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의 이 같은 인식을 검증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의 초점은 결국 도덕성 검증에 맞춰질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벌써 23억여원으로 신고된 그의 재산 형성과정과 승마, 요트 등 고급 스포츠를 즐겼다는 의혹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의 낙마사태를 지켜본 그가 스스로 문제가 될 만한 중대한 흠을 갖고 있으면서 내정을 수락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청와대 또한 과거 어느 때보다 꼼꼼히 검증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런 점에서 일단 몇 가지 구설에 대한 그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다. 그러나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큰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청문회에서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알 수 없다.

그는 자신에 대한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각종 음해에 시달려 마음의 상처가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감안하면 이러한 치열한 검증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가 청문회에서 당당하게 도덕성을 입증하고 구원투수의 역할을 잘 해내기 바란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