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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동해 어선 1척 나포/ 北의 향후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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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동해 어선 1척 나포/ 北의 향후 대응은

입력
2009.07.3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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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과거 전례대로 순순히 풀어줄까 제2의 유씨처럼 카드화 할까 / 지금으로선 어느 쪽인지 파악 불가 / 단순 사고라 풀어준다면 남북관계 풀어지는 계기 되겠지만,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 못해 / 4, 5일이 고비

북한이 30일 나포한 남한 어선 '800연안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다. 형식적 조사 절차를 거쳐 순순히 돌려 보내는 통 큰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와 미국 여기자들처럼 장기간 붙잡아 두고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전자라면 꽁꽁 얼어 붙은 남북관계가 풀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조기 송환과 장기 억류 중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두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도 진상을 파악하고 정치적 계산을 하느라 한창 고민 중일 것"이라며 "북한은 방침이 설 때까지 당분간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3시께 남북 해사당국 채널을 통한 교신에서 "해당 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통보해 왔지만, 의례적 통보여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순 없다.

800연안호는 인공위성항법장치(GPS) 문제 때문에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우발적 단순 사고라는 얘기다. 북한이 이런 상황을 '이해'해 선박과 선원을 곧 송환할 것이라는 낙관적 관측도 있다. 사실 북한은 2005년과 2006년 항로 착오 등의 이유로 넘어 간 남한 선박을 각각 5일, 18일 만에 돌려 보냈었다.

더욱이 미국 여기자, 현대 아산 유모씨 등을 억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발적 월선을 한 남쪽 선원을 추가로 장기간 붙잡고 있는 것도 북쪽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국제사회에 인도적 차원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도로 악화한 지금의 남북관계가 변수다. 북한대학원대학 양무진 교수는 "남한을 압박하기 위해 북한이 장기화 국면으로 끌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4, 5일 안에 선박이 송환되지 않으면 그런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달 초 중ㆍ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대남 압박 카드 고갈로 고민해 온 만큼 굴러 들어온'호재'를 호락호락하게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북한은 선원들이 자진월북 했다거나 선원들에게 간첩 혐의 등을 씌우는 등 노골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은 당장은 정치 쟁점화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며 남한을 곤란하게 하다가 여기자 문제가 풀리는 과정에서 동시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북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는 분위기를 살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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