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해 위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소속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하는 '양벌규정'을 둔 6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무더기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30일 양벌규정이 명시된 청소년보호법 54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31조, 의료법 91조1항, 구 도로법 86조, 구 건설산업기본법 98조2항,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32조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6(위헌)대 3(일부위헌 또는 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법률로 벌금형이 확정된 사건은 재심을 신청해 법인 책임이 없다면 무죄를 선고 받을 수 있다.
종업원이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을 경우 음식점에도 벌금형을 선고토록 하는 청소년보호법을 비롯해 현재 약 390여 개의 행정법규에 양벌규정이 들어있다.
헌재가 2007년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양벌규정에 대해 최초로 위헌결정을 내린 후 이중 약 70여개 법률이 법인 또는 영업주가 관리ㆍ감독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형사책임이 면제되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은 양벌규정이 적용된 형사사건에서 위헌제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는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 제10조(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의 취지로부터 도출됐다"며 "법인이 종업원 등의 범죄에 대해 어떤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않고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별개의견은 낸 이공현 재판관은 "법인의 행위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자의 행위(대표이사의 불법의 경우 등)와 관련된 부분은 위헌이 아니고 그 외의 자(종업원 등)는 위헌"이라며 사실상 위헌 취지에 동의했다.
반면 조대현, 이동흡 재판관은 "양벌규정은 종업원의 위반행위가 사실상 법인 내부기관의 묵인ㆍ방치에서 비롯된 경우가 높은 상황에서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도입된 것"이라며 "우리 대법원과 일본 최고재판소도 종업원의 위반행위는 사업주의 선임ㆍ감독상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 통설"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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