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서 한국 전쟁 당시 학살된 민간인들의 유해가 대량 발굴됐다.
경남대박물관 발굴팀 이상길 교수는 30일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 274 속칭 '진성고개(가늘골)' 유해 발굴현장을 공개했다.
현장에서는 20~30대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54명의 유골이 열을 이룬 채 거의 완전하게 남아있었고 고무신, 작업화, 허리띠 버클, 고무줄, 지퍼, 칫솔, 빗, 하얀색 단추 등이 발견됐다. 학살 당해 매장된 사람들이 민간인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 교수는 "유골의 상태로 미뤄 학살 당시 두 사람씩 팔이 서로 교차하도록 해 손목을 묶고 엎드린 상태였다"고 설명했으나, 손목을 묶었던 끈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교수는 M1소총과 권총의 탄피가 유골 주위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가해자는 소수의 군인 또는 군 관련자로 추정했다. 특히 현장에서 발굴된 탄피가 50여개인 점으로 미뤄 당시 1명씩 정조준을 해 사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산청군과 하동군 등지에 대한 민간인 희생자 유골발굴은 진행됐지만, 진주지역에서 발굴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이번 발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원과 진주형무소 재소자 등이 학살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진주유족회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뤄졌다.
진주=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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