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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방송법 효력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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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방송법 효력 다툼

입력
2009.07.3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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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방송법 개정안 표결의 효력 다툼이 갈수록 어지럽다. 여야 격돌 속에 표결 처리된 방송법 개정안은 야당의원 93명이 '재투표'와 '대리투표'를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헌재는 연구팀까지 만들어 전원재판부 심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 정치세력이 일부러 더욱 소란 피우는 꼴이 역겹지만, 꾹 참고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짜임새와 조리 있는 논평으로 국민 판단을 돕기는커녕, 정치세력보다 나을 게 없는 거친 논란을 하는 모습은 짜증스럽다.

■언론도 편향된 주장을 분별없이 전하는 터라 참견하기 껄끄럽다. 그러나 헌법학회장이 국회의장에게 보낸 공개질의서에서 "결론은 단순명료하다"며 표결 효력을 쉽게 부정한 것에는 천박한 지식으로나마 시비를 따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 그의 학자적 경륜을 존중하지만, 언뜻 헌법학계를 대표하는 이의 주장조차 엄밀한 법리 논쟁의 틀을 벗어난 듯한 것이 딱하다. 특히 헌재의 권위와 독립성을 근거 없이 함부로 비웃는 것은 헌법학자의 도리가 아니다.

■그는 애초 투표한 재석의원은 145명으로, 의결정족수인 재적과반수 148명에 3명이 모자라기에 부결됐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국회법과 의사편람 및 선례에 비춰 '표결 불성립'으로 봐야 타당할 듯하다. 2003년 파병동의안 처리를 위한 전원위원회 운영규칙안 표결 때 김태식 부의장은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자 투표를 종용하다가 표결 불성립을 선포했다. 같은 해 박관용 의장도 비슷한 상황에서 표결 불성립을 선포했다. 2007년 한미FTA특별대책위 활동기한 연장안 표결 때도 이용희 부의장은 의결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표결 불성립을 선포했다고 한다.

■이윤성 부의장이 어설프게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가 다시 투표를 실시한 것을 문제 삼지만, 표결 결과 선포가 아닌 투표 종료 선언은 법적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다만 대리투표 논란은 국회 스스로 시비를 가릴 일이다. 여야 의원들이 서로 상대당 의원 자리에서 멋대로 찬ㆍ반 버튼을 누르며 다투다 결국 기권으로 끝낸 경우가 있다니, 무엇보다 최종 표결의 의결정족수가 문제될 만하다. 대리투표가 확인될 경우 해당 투표만 무효로 할지, 표결 전체를 무효화할지도 국회가 결정할 일이다. 이런 사리를 돌보지 않는 정치세력이 뿔뿔이 길거리와 헌재와 검찰로 달려간다고 해서 법학자들까지 무리 지어 뒤좇는 것은 한심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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