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구전략 논란이 점화되고 있는 건, 그만큼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한 진단이 쉽지 않은 탓이다. 상당수 지표들이 '경기 회복'에 무게를 싣고 있다지만 재정 조기집행이나 고환율(상반기), 그리고 기저 효과 등에 따른 착시도 적지 않다.
2분기의 호조세를 3분기 이후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2분기를 기점으로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엔 거품 논란이 들끓는 상태. 출구전략의 시점과 방식을 둘러싼 해법 방정식이 상당히 난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이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 즉 '금융 완화-재정 긴축' 혹은 '거시 완화-미시 긴축'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펴야 한다는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미지근한 경기, 뜨거운 자산시장
회복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미지근한 경기, 국지적이긴 하지만 뜨겁게 끓고 있는 자산시장.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은 이 양면적 상황에 있다. 정부가 연일 "아직은 출구전략을 언급할 때가 아니다"고 거듭 못을 박고 있는 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탓이지만, 그렇다고 자산시장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없을 리 없다.
'금리 인하 →유동성 확대 →경기회복 기대감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가격 급등'의 고리를 감안하면 금리 인상은 출구전략의 핵심이자 최종 단계. 글로벌 금융위기 전 5.25%에서 지금은 2%까지 급락한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서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아직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2분기에 '깜짝 성장(전기비 2.3%)'을 기록했던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0%대로 둔화될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 그래서 "출구전략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윤석헌 한림대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은 금리에 손을 댈 상황이 아닌 만큼, 중간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다른 출구전략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금리 인하와 함께 유동성 확대에 기여한 확장재정 정책기조를 접는다든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 추가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추가적 글로벌 충격이 변수
'더블 딥'(이중 침체)은 용어 그대로 경기 회복이 무르익는 것 같을 때 찾아오는 법이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완연한 봄 기운을 느끼는 것 같지만, "이제 위기는 끝났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 상당수가 향후 경기 회복의 가장 큰 변수로 미국 경기 회복 여부나 글로벌 금융위기 재연 여부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실장) "미국 경기가 더블 딥에 빠질 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김정식 연세대 교수) 등의 지적이다.
결국 글로벌 경제가 '더블 딥'의 가능성에서 벗어났다는 확신이 선 뒤에 우리도 본격적인 출구 전략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우리나라가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서긴 어렵지 않겠느냐"(이종우 HMC투자증권 상무)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먼저 움직이는 걸 본 뒤 고민을 하자는 것이고, 그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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