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목은 여전히 냉기가 쌩쌩한데, 아랫목만 절절 끓어…"
경기 추락세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자 이번에는 증시와 부동산, 원자재 등 각종 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새로운 '거품 붕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각국은 이자율 인상과 금융규제 강화로 돈줄을 다시 죄는 '출구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자칫 다시 경기침체를 부를까 하는 우려에 실행 시기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 아시아 대출 옥죄기 착수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아시아에서는 증시ㆍ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이미 과열상태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중국경제센터와 HSBC 등 23개의 경제기관들은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8.9%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28일 발표했다. 전망이 실현된다면 2분기 7.8% 달성에 이어 올해 목표인 '8%성장'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등 선진국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규제를 느슨히 하는 동안 투기성 자금대출이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중국 신규대출 총액은 7조3,700억위안(약 1,338조원)까지 팽창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대출금이 투기로 몰려 증시는 지난해 11월 최저점보다 이미 2배 이상 뛰어올랐고 부동산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은행 신규대출금이 투기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용도를 철저히 감시할 것을 지시했다.
또 중국은행 등 10개 대형은행에 국채 매입을 지시하는 등 통화 환수에 나섰다. 중국사회과학원의 허판(何帆)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소장은 29일 "8% 성장목표는 경기과열을 의미하는 것이며 느슨해진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며 출구전략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도 중앙은행도 "물가가 5% 상승하는 등 물가불안이 가시화하고 있어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정부도 이달 초부터 대출조건 강화를 통해 통화량 환수에 들어갔다.
■ 미국ㆍ유럽 금리 상승 카드 검토
아직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도 출구전략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높은 실업률 등을 근거로 아직 통화팽창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걷잡을 수 없는 물가상승 압력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며 "머지 않은 미래에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상황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더욱 적극적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이제 회원국들이 출구전략을 명확히 할 때"라고 강조했다. 2분기까지 경기후퇴가 계속된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 '스테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때문에 영국이 선진국 중 가장 먼저 출구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호주 정부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내년 말부터 기업이익 감소와 고실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고,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며 "각국 정부가 확실한 출구전략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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