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커다란 트레일러 안에서 촬영을 기다리면서, 감회가 참 새롭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습니다."
할리우드 진출작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개봉(8월 6일)을 앞둔 영화배우 이병헌을 2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지.아이.조'는 할리우드의 샛별인 시에나 밀러와 채닝 테이텀이 주연하고 '미이라' 시리즈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연출한 대작 영화다.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악의 화신이자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 캐릭터가 된 스톰 쉐도우 역을 맡아 날렵한 액션과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지만 이병헌은 "출연하기까지 망설임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만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 줄은 몰랐고 기존 내 성향과도 달라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화 캐릭터라 내 의지와는 달리 과장된 연기를 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어머니께서 영화를 본 뒤 '너는 서양 사람보다 눈이 작아서 그렇게 눈을 치떴냐'고 말할 정도였다"며 "내가 배우인지 운동선수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고, 차라리 우리 무술감독 정두홍씨가 배역을 맡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들 만큼 3개월간 운동에 전념했다"고도 했다.
원작에서 일본인으로 그려진 스톰 쉐도우는 이병헌의 건의에 의해 영화에선 한국인으로 묘사된다. 이병헌은 "감독과 제작자를 만나 '난 한국인이니 캐릭터도 한국인으로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톰 쉐도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태국계 아역배우의 한국어 발음 교육도 맡았다. "발음이 이상하면 한국 관객들이 박장대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녹음실까지 따라가 지도했다"는 것이다.
이병헌은 28일 일본 도쿄에서 시에나 밀러, 채닝 테이텀, 소머즈 감독 등과 함께 레드카펫 행사를 연 뒤 서울로 와 이날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일본에서 내 팬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밀러가 나에게 '엘비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말했다.
"밀러나 테이텀은 저를 배우라기보다 동양에서 온 얌전하고 착한 무술인 정도로 생각했던 듯합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오면서 보니 우연치 않게 김포공항에도 제 광고사진이 도배돼 있더군요. 덕분에 그들 앞에서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었습니다."
소머즈 감독은 "앞으로 이병헌과 두 작품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나의 활동 근거지는 언제나 한국"이라며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지만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아직 없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어디서든 연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라제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