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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신 '천불만다라' 5년 걸려 완성… 봉안前 내년 2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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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신 '천불만다라' 5년 걸려 완성… 봉안前 내년 2월 전시

입력
2009.07.3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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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불교미술에서 근래 가장 독특하고 참신한 시도로 주목받은 '천불만다라' 조성 작업이 대단원을 맺었다. 천편일률적인 천불상 대신 끝없이 변하는 표정과 수화(手話)로 법구경을 설하는 모습의 부처 1,000위(位)를 그린 '천불화', 세계 각국의 유명 불상과 불화를 우주적 공간 속에 새롭게 그려낸 50위의 '세계의 부처상' 등으로 구성된 천불만다라는 기획에서 제작까지 5년이 걸린 대작이다.

붓을 잡은 이는 한국화가 이호신(52)씨. 진경산수화풍으로 우리 자연과 전통 마을, 절 등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지만 부처의 상호만을 그리는 불화에 매달린 것은 처음이다.

이씨와 천불만다라의 인연은 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비구니 교수이자 서울 홍은동 금장사 주지인 본각 스님으로부터 뜻밖의 청을 받았다.

서오릉 인근 경기 고양시 용두동에 새 사찰 천불설법전당 건립 불사를 추진 중이던 본각 스님은 그에게 구체적 계획도 없이 미래의 법당을 장엄할 천불화를 먼저 제작해줄 것을 요청했다.

"어떻게 만들든 믿고 상관하지 않을 테니 그려보라. 거기 맞춰 법당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법당을 먼저 짓고 나중에 천불상을 마련하는 통례와는 정반대였다. 스님은 "다만 구태의연한 타성에서 벗어나 그것 자체가 예술이고 신앙이 되는 천불화를 그려줄 것"을 부탁했다.

이씨는 고답적이고 양식화한 불화 대신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부처님, 표정이 있는 부처님, 친근한 부처님'을 구현하기 위해 골몰했다. 인도 아잔타석굴에서 봤던 5세기경 천불벽화가 선뜻 떠올랐다.

그는 "아잔타 천불벽화는 초기 불교의 다양한 부처상을 보여주는 불화였다. 모든 부처의 손 모양, 옷 색깔이 다르고, 표정이 달랐다"며 "이런 초기 불화의 다채로움을 살려 불화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000위의 부처님 모습을 어떻게 제각각 달리 그릴 것인가. 본각 스님은 법구경의 내용을 수화로 설법하는 형상을 만들자는 안을 내놨고, 청각장애인 수화교육을 해온 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이 법구경의 내용을 일일이 수화로 구현했다.

이렇게 탄생한 천불화 속의 부처님은 민화 주인공 같은 상호도 있고 백인, 흑인 부처님도 보인다. 광배와 배경에는 동서양의 전통 문양과 동식물, 건축물까지 그려졌다. 석채를 안료로 써서 불화 특유의 극채색을 구현한 이씨는 "고구려 벽화의 활달한 기상과 선율, 고려 불화의 장엄한 채색, 그리고 조선 민화의 오방색과 친근한 이미지를 통섭, 함축해 봤다"고 설명했다.

천불화를 배경으로 법당 중앙에 배치될 '세계의 부처상'에 그려진 새벽 하늘의 모든 별자리를 일일이 고증한 이시우 전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는 "부처상에 그려진 별들은 인간과 자연의 연기법을 훨씬 초월하는 광대무변한 우주적 연기법계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천불만다라는 내년 2월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갤러리에서 전시된 뒤 천불설법전당에 봉안된다. 이씨는 "알 수 없는 인연과 많은 분들의 도움, 기회를 주신 부처님의 가피에 두 손을 모은다"고 말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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