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군이 28일 오랫동안 미국의 비호를 받아온 이란 반체제 단체 이란인민무자헤딘(MEK)의 이라크 내 본거지인 아쉬라프 캠프를 급습, 장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 "미군에게 사전 고지도 없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이라크 방문 기간을 택해 공격을 감행한 것은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더 이상 미국에 예속상태가 아님을 대외에 과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1965년 이란 왕정에 반대하는 좌익 단체로 창설된 MEK는 79년 친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지만, 회교혁명으로 탄생한 호메이니 정부를 성직자 독재정권으로 비난하면서 국외로 추방됐다. 아쉬라프 캠프는 80년대 초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망명 MEK 조직원들에게 군사훈련 등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됐다.
이후 MEK는 이곳을 근거지로 대 이란 테러 공격을 벌여왔고, 이란의 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도 MEK의 공격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피해를 입었다.
MEK는 70년대 미 국무부의 테러단체 명단에 오르기도 했지만, 2001년 미국 강경파의 비호 속에 무장투쟁 포기를 선언했다. 이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 직후인 2003년 미군의 보호 하에 무장을 해제했다. 아쉬라프 캠프에는 현재 MEK조직원 3,000여명이 살고 있다.
MEK는 이란ㆍ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 편에 가담해 이란 내 지지기반이 없다. 게다가 후세인 대통령의 쿠르드족, 시아파 학살작전에도 참가해 이라크에서도 고립무원인 상황이다.
아쉬라프 캠프 소식을 접한 미 국무부는 "전적으로 이라크의 주권에 속하는 문제"라며 "이라크 군이 치명적인 무기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정부도 "캠프 안에 경찰서를 세우는 치안권 확보 차원에서 진입했지만, 거주자들을 이란으로 추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EK 관계자들은 이라크군의 공격으로 4명이 죽고 30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그간 이란 정부는 끊임없이 이라크 정부에 아쉬라프 캠프 폐쇄를 요구해왔다. 시아파 출신으로 MEK에 대해 반감을 지닌 말리키 총리가 미군의 자치권 이양에 맞춰 아쉬라프 캠프 공격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건은 말라키 총리가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미국과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인접국 이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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