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 전화를 건 10대 청소년들에게 법원이 처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호기심에서 저지른 장난 전화였지만 결과는 장난으로 그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단독 이은희 판사는 대한항공이 A(17)군과 B(15)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각 700만원을 항공사에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됐다고 29일 밝혔다.
A군은 올 1월 집 근처 공중 전화기로 대한항공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김포에서 울산으로 가는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짧게 말하고는 끊었다. 놀란 항공사 측은 경찰과 폭발물 처리반을 동원해 해당 노선의 항공기를 정밀 수색했다.
1시간 이상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과 항공사가 보게 됐다. B군도 올 1월 "제주도행 비행기에 폭탄이 실려있다"고 전화를 걸어 항공사 측에 피해를 줬다. 이에 항공사측은 두 청소년과 부모를 상대로 "피해가 발생한 만큼 각각 1,100만원의 금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람들은 장난으로 전화를 걸지만, 항공사 측에서는 안전점검 때문에 업무가 마비되고 승객에게도 피해가 간다"며 "항공권 환불과 조업비 증가 등 손실도 막대해 앞으로도 손해배상을 적극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국제선에 폭발물이 설치됐다"고 장난 전화를 건 C(14)군에게 같은 재판부는 "1,500만원을 대한항공 측에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C군 측이 이의를 제기해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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