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임에는 틀림 없다. 정부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독일에서 귀화한 이참(본명 베른하르트 콴트)씨를 임명한 것은 여러 가지 상징성을 갖는다. 관광공사 사장이 고위직인 데다, 외국에 한국을 알리는 '얼굴' 역할을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참씨의 기용을 '포퓰리즘' 인사라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전부터 외국인도 정부정책 설계와 실행에 도움이 된다면 차별하지 않겠다고 밝혀왔고, 실제로 지난해 3월 공무원법을 고쳐 외국인 임용의 길을 터 놓았다. 국가경쟁력 강화위원으로 활동 중인 영국인 데이비드 엘든씨 외에도 이미 20여명의 외국인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비록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이참씨는 30년 가까이 한국에 살면서 대학강의, 기업 운영, 각종 자문위원, 방송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자연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게다가 관광산업의 경우 무엇보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정책을 세우고, 자원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기용은 긍정적 시도로 보인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이른바 MB식 실용주의 인사방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무너진 지 오래다. 결혼이민자의 유입으로 다문화 가족이 14만 4,000가구에 이르며 100만명의 외국인이 함께 사는 다문화 사회가 됐다.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꼭 순수 한국인만을 고집하는 배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조직원들 역시 개방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들이 리더로서 조직 장악력과 업무추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한국 특유의 정서와 조직문화와 융화되지 못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0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 박사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으로 왔지만 구성원들과의 갈등으로 결국 2년 만에 물러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글로벌, 다문화시대의 열린 인사문화를 위해서라도 한국관광공사의 도전이 실패한 '실험'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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