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강행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싸움이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법리 공세에 사활을 건 민주당은 29일 국회 CCTV에 대한 여야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그동안 '야당 주장 무시 전술'을 펴던 한나라당은 야당의 투표방해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맞불을 놓았다. 여당이 야당의 물리적 저지를 뚫고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사수한 채 법안을 처리하다 보니 재투표와 대리투표 의혹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미디어법 표결 당시의 본회의장 CCTV와 속기록에 대한 증거 조사를 신청했다. 대리투표와 재투표 논란을 밝혀줄 증거보존이 시급한데 여당과 국회사무처가 이를 없앨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댔다. 방송법무효투쟁 법률단장인 김종률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및 복도, 본관 회의실 영상물은 당일 회의장을 끊임없이 녹화한 것으로 부정투표 과정을 입증하는 가장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물"이라며 "재판자료가 조작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회사무처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10조'를 근거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데 격앙돼 있다. 전병헌 의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법률과 상충할 경우 국회증언감정법이 우위에 있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유권해석이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여야 공동으로 CCTV 자료를 요구하고 조사도 공동으로 실시하자고 제안한 것은 양쪽 누구든 대리투표를 하면 절차상 하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토대로 한 압박전술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 역시 강경 공세 기조로 확연히 돌아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미디어법 표결 당일 본회의장 상황이 담긴 3,4분 분량의 녹화 테이프를 공개했다. 민주당 천정배 유선호 이미경 추미애 서갑원 의원 등이 한나라당 의석에 앉아 투표행위를 연상시키는 몸짓을 하거나 투표를 못하도록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표결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의 범죄 혐의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민주당 최규성 의원에 이어 이미경 추미애 천정배 김성곤 의원 등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박민식 의원은 민주당의 투표방해를 '막무가내형''적반하장형''지능형'등으로 구분, 이를 경험한 소속의원 11명의 소명서를 내놓았다.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CCTV 공동자료 요구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여야 합의로 제출 받으려면 국회 운영위를 소집하자" 고 역제의했다.
이런 가운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투표에 대해)개인적으론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투표행위가 일단 끝났지만 표결은 종료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표결은 불성립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리투표 논란에 대해 "대리투표 수가 표결에 영향을 미쳤다면 무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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