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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승자 없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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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승자 없는 싸움

입력
2009.07.3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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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노조가 점거농성 중인 쌍용차 평택공장 내 도장2공장 주변. 노사 양측이 펼치는 선무방송과 공장 옥상을 선회하는 헬기 굉음이 귓전을 때리고 매캐한 최루액 냄새가 쉴새 없이 코를 자극한다. 30일로 농성 70일째이지만 지루한 대치만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변화라면 노조가 볼트 너트 발사를 자제하고 타이어 태우는 것을 삼간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노조원들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총고용 유지를 고집하고 있고 사측 역시 정리해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하릴없이 시간만 흐르면서 노조도 사측도, 지역주민도 모두 희생자가 돼가고 있다.

우선 사측이 농성장에 물, 가스공급을 차단하면서 노조원들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의료진들은 노조원들이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조원도 상당수라고 한다.

한 의사는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격리된 채 불안한 생활을 하면 자살충동까지 느낄 수 있다”면서 “어떤 노조원은 인화물질 주변에서 라이터를 껐다 켰다 하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물론 제일 답답하고 힘들건 노사 당사자겠지만 이를 보고 있는 시민들의 피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쌍용차 직원과 가족 4만여명이 지갑을 닫으면서 이 지역 경제는 파탄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아이들끼리도 사측 자녀 대 노조원 자녀로 나뉘어 서로 욕하는 등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쌍용차 채권단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겠다고 못박은 시한이 코앞에 닥쳤다. 마지막 대타협을 기대하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 하다. 노사가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사이 지역사회가 점점 돌이킬 수 없는 파산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회부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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