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내쫓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과연 어떤 승부수를 들고 나올까.
박찬구 회장은 현재 모처에 칩거, 아직 구체적인 대책이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회장이 이미 측근들과 함께 법적 대응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송ㆍ지분확대 카드 꺼내나
경영권 복귀를 위해 장고에 들어간 박 회장이 해임 결의에 불복해 이사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게 될 경우, 법정비화로 치닫는 금호판 '형제의 난'이 예상된다. 이는 향후 그룹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워 재무구조 개선 등 그룹 정상화 작업에 발목을 잡는 악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거나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과 함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높이는 카드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이 자신의 해임건을 취소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의장인 박삼구 회장이 소집할 수 있으며, 의장 유고 시에만 다른 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또 이사회 이사가 소집을 원할 경우 이사회 의장에게 요청해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박삼구 회장이 들어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박찬구 회장이 지분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 부자의 지분(18.47%)이 턱없이 부족하다. 박삼구 회장 부자(11.77%)와 조카인 박철완(11.76%), 박재영(4.65%)씨를 합한 지분이 훨씬 많다. 더욱이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분 경쟁을 벌일 경우 더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어떤 옵션이든, 박삼구 회장에 맞설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덫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룹 위해 희생하나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 결정에 따라 그룹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 다툼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은 사라지게 된다. 금호가 박찬법 신임 회장을 축으로 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면서, 오너 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 제거로 그룹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영2선으로 물러나며 "계열사 최대주주로서 재무구조개선에 맡은 바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힌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과 금호생명 등 핵심 계열사 매각이라는 그룹 회생의 최대 현안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이 퇴진 기자회견에서 "형제라고 아무나 (경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선대회장들과 본인 유고시 내부 전문경영인이나 덕망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경영권을 박찬구 회장에게 넘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박찬구 회장이 아무런 응수도 없이 물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사전에 매집해 지분을 늘린 것도 이미 형제경영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어떤 식으로든 경영권에 다가서기 위한 숨은 카드가 나올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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