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65세 무렵 퇴직해,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으로 취미생활을 즐기는 노후를 꿈꿀 것이다. 또는 파트타임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여가 비용을 버는 생활도 괜찮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이 같은 장밋빛 노후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미 msnbc는 28일 "많은 미국인들이 최대한 오래 돈을 벌자는 쪽으로 노후계획을 변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단은 낮은 저축률이 꼽힌다. 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미국인들 성향도 문제다. 4월 노동자급여연구소(EBRI)의 조사에 따르면 노후자금으로 보유한 현금이 2만5,000달러(약3,100만원) 이하라고 응답한 이가 미 노동자의 53%에 달했다. 20%는 1,000달러(약 124만원)를 밑돌았다. 게다가 많은 미국인들이 노후자금을 부동산, 주식 등 리스크가 큰 상품에 투자,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7년 말 현재, 56~65세 사이의 퇴직연금 가입자는 연금의 9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평균 수명 연장도 노인들을 일터로 내몬다. 1988년 무렵만 해도 퇴직 후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매월 일정 금액을 받는 연금 계획을 세우곤 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해졌다. 퇴직교육센터의 존 칼은 msnbc에 "예전에는 노후를 10년 정도 준비하면 됐지만 이제 퇴직 후 40년 가량 더 사는 상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을 놓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의료비 부담이다. 나이 들수록 병원 갈 일이 많아지지만 고용주가 제공하는 의료보험 혜택 없이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 컴퓨터 기술자로 40여년간 일하다 지난해 해고당한 대일 헨더슨(62)이 최근 재취업을 결정한 것도 아내와 다섯 자녀의 의료보험 때문이다. 그래서 박봉의 보안업체 근무도 마다할 처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가 제한돼 있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10%에 육박하는 실업률 때문에 일자리 우선권은 젊은이들에게 주어진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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