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 '동방불패' '황비홍' 등으로 잘 알려진 홍콩 영화감독 쉬커(59)가 무대 연출에 도전장을 던졌다. 2004년 타이완 당대전기극장이 '경극의 현대화'를 모토로 제작한 셰익스피어 원작의 음악극 '태풍'은 그의 손에서 완성됐다.
국립극장 주최로 9월 4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리는 제3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정된 '태풍'(9월 4~6일ㆍ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연출가로 방한을 앞둔 그를 이메일로 미리 만났다.
류더화 주연의 영화 '적인걸' 촬영 중이라며 답변을 보내온 그는 "'태풍' 연출은 내 연출 경력상 가장 가치있는 작업이었다"며 "화상을 치유한 후에야 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듯, 연극에는 아마추어로서 도전한 내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경극과 무대에서 조우할 새로운 기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태풍' 참여 계기는.
"당대전기극장의 예술감독이자 '태풍'의 주연 배우인 우싱 꾸오가 연극 연출에 관심이 있는지 전화로 물어왔다. 내 영화 '청사'(1993)에 출연한 그는 협력자이자 멘토다. 그의 공연을 볼 때마다 반 비평가가 된 느낌으로 소감과 조언을 전하곤 했는데 나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몰랐다. 나에게 연극 연출이 의외의 결정이었음은 나중에 깨달았다. 경극과 셰익스피어에 모두 문외한이었으므로."
- 영화와 연극 연출은 어떻게 다른가.
"영화를 통한 내 경험은 모두 버려야 했다. 무대는 시ㆍ공간의 제약이 있다. NG나 재촬영도 불가능하다. 서구 문명에 뿌리를 둔 원작의 힘과 경극이라는 형식의 무대 언어를 연결시키기 위해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영화의 기술적인 수법 외에도 심리적인 효과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 생애 첫 무대 도전으로 해외 공연까지, 반응이 좋다.
"이렇게 오랜 기간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되리라 예상 못했고, 한국 공연은 상상도 못했다.이 역시 공연의 매력이 아닐까. 영화 일정으로 여러 번 방한했지만 무대연출가로 한국 관객 앞에 선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객석 반응이 궁금하다."
- 평소 경극엔 관심이 있었는지.
"영화 '상하이 블루스'(1984)를 찍으면서 경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주인공들이 경극 배우들과 농담을 즐기는 장면을 삽입하면서 알게 된 경극 배우들과 인연을 이어 왔다. 이후 연출한 작품도 여주인공이 연극 무대에 서는 '도마단'(1986)이었다."
- 기존 연극 연출가들도 어려워하는 셰익스피어 원작 '태풍'의 매력은.
"이번 작업으로 위대한 작품은 미래와도 소통할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태풍'은 머나먼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인 동시에 유머와 냉소로 우리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위대한 작품이다."
- 연극 프로젝트로 얻은 수확이 있다면.
"새로운 통찰력을 얻었다. 영화와 비교하면 무대는 끝이 없다. 관객은 매회 다른 느낌을 받고 배우와 극장이 변하면 극에도 변화가 인다. 우리는 사람과 상황의 제약으로 사물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상황 요소들이 바뀌면 그 이유와 이치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아진다." 공연 문의 (02)2280-4115~6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