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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미디어법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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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미디어법보다 더 중요한 것

입력
2009.07.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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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 많던 미디어법 개정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날치기 통과로 일단락되었다. 나는 거대신문이나 대기업이 방송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것에 반대한다.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여 권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자신이 원하는 법을 국회에 제출하여 다수 의사로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막을 수는 없다고 본다. 여야간에 의견이 다르면 서로 최대한 양보하여 타협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최선이지만, 정 타협이 안 되면 다수당의 의사대로 통과시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의회 민주주의 절차가 중요

야당은 수에서 밀리니 의사당을 점거하고 법안 상정 자체를 막으려고 하지만, 독재 시절이라면 몰라도 의회정치의 절차가 확립된 마당에 그런 비정상적인 방법은 이제 효과도 없고 명분도 약하다. 의회정치의 한계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촛불시위 등 '직접 민주주의'의 방법으로 이를 대체하거나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옳지만 일부는 그른 말이다. 촛불시위는 결코 의회정치를 대체할 수 없다. 지난해 그렇게 오랫동안 대규모 촛불시위를 벌였지만 '광우병 소'수입을 막지 못했다. 반대파의 한풀이와 정권에 대한 압력이라는 효과는 있었지만, 목표한 정책 변경을 이룰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 까닭은 간단하다.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 의견은 갈리게 마련이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의회에서 결정이 나게 되어있다. 거리에서 아무리 외쳐보아야 그것이 의회 표결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민주당이 아무리 목숨을 걸고 싸워본들 워낙 국회의원 숫자가 적으니 될 리가 없다. 한바탕 소동이 지난 뒤 '날치기 통과'는 기정사실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것으로 얘기의 끝은 아니다. 이번 표결은 날치기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재투표와 대리투표 문제다. 내 상식으로는 투표가 다 끝난 뒤 정족수가 안 되었다고 다시 표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족수 미달로 회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거나, 정족수가 되었다면 안 찍은 표는 기권으로 간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대리 투표가 사실이라면 그것 자체로 그 표결은 무효이다.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나는 '관습헌법'이라는 해괴한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결정이 나오리라 예상한다.

미디어법이나 비정규직법 또는 다른 어떤 법에 대해서도 다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 있고, 이해 당사자에 따라 견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것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타협과 민주 절차에 따른 표결이다. 수에서 밀린다고, 또는 "이것이 정의다"라는 사명감 때문에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반대한다면 민주 절차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또 물리력으로 막는다고 편법과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면, 이 또한 민주 절차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유권자가 적극적 선택해야

민주 절차를 가볍게 생각하는 자칭 민주주의자들이 너무 많다. 민주주의는 내용 이상으로 절차가 중요하다. 절차를 지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주요 내용이다. 미디어법 내용에는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의회 표결 절차에는 찬반이 없다. 따라서 더 존중되어야 한다. 이해당사자인 방송사 직원들이 파업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야당들이 장외 집회를 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바람직하지도 않고 별 효과도 없을 것이다.

정부 정책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은 다음 선거에서 야당을 찍기 바란다. 유권자들이여, 제발 투표 좀 하기 바란다. 그리고 투표 좀 잘 하기 바란다. 의회정치가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가장 중요한 정치 과정이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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