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장소를 한국에서 유럽으로 옮겼지만 '피스컵 홈팀 징크스'는 여전하다.
지난 2003년을 시작으로 격년제로 열리고 있는 피스컵은 2007년 3회 대회를 끝으로 국제축구대회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해 개최 장소를 국내에서 유럽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지난해 스페인 안달루시아가 개최 장소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치러진 세 차례의 피스컵 대회에서 홈팀인 성남 일화는 단 한번도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다. 장소를 유럽으로 옮긴 후 첫 대회인 피스컵 안달루시아 2009에서도 이 같은 '홈팀 징크스'가 반복됐다.
안달루시아 지역을 연고로 하는 세비야가 27일 오전(한국시간) 성남 일화와 득점 없이 비기며 1무1패로 A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데 이어 C조의 말라가도 28일 오전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아틀란테(멕시코)에 1-3으로 패배, 4강 진출이 무산됐다.
말라가는 1차전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전통 강호 애스턴빌라를 1-0으로 제압하며 준결승 진출 꿈을 부풀렸지만 아틀란테에 1-3으로 패배, 30일 열리는 애스턴빌라와 아틀란테의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탈락이 확정됐다.
국제대회에서 홈팀의 어드밴티지는 절대적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개최국이 단 한 차례도 2차 리그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는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폐막된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개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예상을 깨고 브라질, 스페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내년 월드컵에서 돌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유독 피스컵에서는 홈팀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피스컵에서 홈팀의 부진은 '텃세'를 누리지 못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원정팀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는 상대 홈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이다.
한일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는 붉은 악마의 열광적인 성원 없이는 불가능했고 K리그 팀들도 홈팬들의 응원이 활발한 서울과 수원 원정 경기의 부담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피스컵에서 원정팀은 이 같은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한다. 28일 말라가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라로샬레다의 관중은 1,000여명에 그쳤고 세비야가 성남전을 치른 피스후안의 홈 관중도 2,000명을 밑돌았다.
피스컵 안달루시아 2009에서 홈팀의 몰락은 축구에서 서포터스를 12번째 선수라고 지칭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말라가=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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