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은 불안하기만 하다. 당정의 입장이 비정규직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라기 보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기업에게 강제함으로써 사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줄곧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을 연장하거나 법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해 온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앞으로 비정규직법 논의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 지 알 수 없어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노동부의 예처럼 사태가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걱정거리이다.
특히 일각에서 정규직 전환 의무 비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바로 반발했다. 배상근 전경련 상무는 "비정규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은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로 정규직 채용시 기업들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만약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다면 이젠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뽑는 것도 꺼리게 돼 결과적으로는 비정규직 일자리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도 어불성설이라는 게 재계 입장이다. 고용이 전경련 노사정책팀장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율적인 합의와 계약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비정규직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한 이유로 사용되고 있는 비정규직을 일정한 경우만 법으로 한정하게 되면 결국 각종 편법만 난무, 법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재황 이사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으로 불을 꺼 보려다 안 되니까 유예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다 다시 시간이 다 지나자 원점으로 돌아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기간 연장도 법 시행 유예도 결국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 만큼 이 참에 사용기간 제한을 철폐하거나 노사 합의와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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