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빈둥거리느니 경험을 살리는 게 낫지요. 게다가 회사 지분도 갖게 되니 일석이조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받은 안드레이 아브라모프(39)씨는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에서 연봉 수십만달러를 받는 잘 나가는 IT(정보기술) 전문가였다.
그러나 그는 얼마 전 이 지역의 헤드헌팅사가 주최한 취업 박람회에 참석했다.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자신이 근무하던 벤처회사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한 IT벤처와 협상을 벌여 취직에 합의했다. 단, 보수는 받지 않는 대신에 이 회사의 주식 일부를 받기로 했다. 이 회사가 전망은 있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아브라모프씨는 경기가 나아지고 회사가 성장하면 자신의 주식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IT전문가들이 보수를 받지 않고 재취업을 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새크라멘토비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스탠퍼드, UC버클리 등 명문대 출신으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한창 물이 오른' IT전문가와 벤처를 연결시켜주는 헤드헌팅 모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의 한 와인바에서 열린 헤드헌팅 모임에는 당초 예상보다 10배가 많은 300여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구직자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 대신에 회사 지분 일부를 받는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 신문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신생 벤처 기업가가 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되는 일이 흔치 않게 벌어진다"며 "재취업에 나선 이 지역의 IT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을 직접 겪어왔기 때문에 무보수 조건에도 선뜻 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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