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정호열 성균관대 교수는 그동안 하마평에서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 최근 하마평을 무색하게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포착이 안 됐을 뿐, 원래부터 후보군에 있었다"는 청와대의 설명처럼 정 위원장 내정자는 공정거래정책과 상사분쟁 분야에 오랜 경륜과 식견을 갖춘 전문가다. 2003년부터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으로, 그리고 2007년부터는 위원장으로 활동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공정거래의 날 행사에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을 정도. 작년부터는 한국경쟁법학회 회장직을 맡아왔고, 2007년까지 10년 이상 서울대 법학연구소에서 공정거래법 등을 강의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정책에 대한 정 위원장 내정자의 철학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최근 몇 년간 그가 언론 등에 기고한 칼럼 등을 보면 친 시장, 친 기업적인 색채가 확연하다. "공정거래법은 재벌규제법이 아니라 시장경제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법"(2008년)이라고, 또 "기업은 도덕성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효율성을 지향하는 영리 집단일 따름"(2002년)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법원이 잘못된 투자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기업 이사진에게 막대한 금액의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거수 이사회에 불과한 현실을 모르는 판결"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특히 요즘 폐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고시가 재도입되던 2001년 당시 "경쟁제한적인 요소가 다분해 신문의 품질과 가격에 의한 경쟁을 제한한다"며 신문고시 부활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장경제 기능 활성화를 위해 현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 기조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부 출신 위원장을 학수고대해왔던 공정위 직원들은 "또 학자 출신이냐"며 적잖이 실망스러워 하는 눈치다. 내부 출신 위원장은 국민의 정부 말기 이남기 위원장을 끝으로 맥이 끊긴 상태. 강철규, 권오승, 백용호 전 위원장이 모두 학자 출신이었다. 이번에는 서동원 부위원장 등 어느 때보다 내부 출신 위원장 탄생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국 또 다시 학자 출신에게 위원장 자리를 내준 셈이 됐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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