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박] 수십억 돈에 체면까지 날린 '상습 골프 도박' 女사장님

내기 골프에서 수십억원을 잃은 뒤 골프 상대방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50대 여성이 상습 도박의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건설업자인 A(57ㆍ여)씨는 2003년 9월 골프용품 매장에서 골프 실력이 상당한 아마추어 골퍼 B(60)씨를 만났다. B씨는 골프를 가르쳐 주면서 A씨와 가까워졌고, 2004년 5월 A씨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자 C씨를 소개해 주며 내기 골프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망설이던 A씨는 "잃으면 내가 다시 따주겠다"는 B씨의 말에 넘어갔다. A씨는 C씨와 게임당 5,000만~1억원의 판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쳤고, 결국 2년간 20억원을 잃었다. 이후 B씨는 돈을 따주겠다며 A씨에게 10억원을 추가로 받아 챙겼고, C씨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받기도 했다.

A씨는 뒤늦게 두 사람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B씨는 사기 및 도박 방조죄, C씨는 상습 도박죄로 각각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고소인인 A씨도 상습 도박에 가담한 것으로 보아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나는 피해자일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조용준)도 A씨를 유죄로 판단해 항소를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를 사기 피해자가 아닌 상습 도박의 공범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