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대입개혁 발언 파장이 만만치 않다. 골자는 "논술도, 시험도 없이 100% 면접만으로 대학 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24일) "임기 말이면 상당수 대학들이 거의 100%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게 될 것"(27일)이라는 것인데, 내용은 결국 하나다. 2013년까지는 논술이나 시험을 거치지 않고 입학사정관 면접만으로 대학 신입생을 뽑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다.
입학사정관제가 성적 위주의 줄 세우기식 교육의 폐해를 개선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제도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 큰 틀의 방향을 넘어 폭과 시한까지 제시함으로써 입학사정관제 전면 실시를 임기 내에 기필코 달성해야 할 긴급한 정책목표로 만든 점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유효한 보완책이지, 현 입시시스템을 전면 대체할 최선의 방책으로 삼기에는 이른 제도다. 충분하고도 자질을 갖춘 사정인력 확보, 교육과 경험 축적, 정교하고 합리적인 평가모델 개발 등 반드시 필요한 기초작업만 해도 최소한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무엇보다 입학사정관 제도의 정착에는 주관적 평가에 대한 국민적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 대학의 선발과정과, 고교의 기초적 평가자료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신뢰가 밑받침돼야 한다. 교육을 거의 유일한 사회적 신분 결정의 도구로 인식하는 우리사회에서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 받는 것은 바로 제도의 폐기를 의미한다.
숱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대표적 평가도구로 기능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일부 시행되기 시작한 이 제도에 대해 별 말이 없는 것은 그나마 현 제도의 부분적 보완 역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대로 입학사정관제가 이른 시일 안에 전면 실시로 확대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에 휘말릴 개연성이 매우 높다.
입학사정관제는 바람직하지만 전면 실시까지는 갈 길이 먼 제도다. 충분한 여건조성 없이 서둘러 시한을 정하고 목표 달성을 채근하는 것은 대단히 무모하고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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