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앞으로 검찰도 국제적인 기준, 선진적 법치질서에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검찰총장 후보자를 발탁했다"고 설명한 것은'김준규 체제'에서 향후 검찰의 변화상을 가늠케 해준다.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가 수사보다는 국제업무와 형사제도 연구 분야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검찰의 제도개선 작업이 밀도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비판을 받아온 검찰 수사 시스템을 점검하는 일이 우선 과제가 될 것 같다. 주요사건에서 구속이나 기소 등의 수사방향을 결정할 때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도록 하는'대배심'제도 도입 등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조직개편 방안과 수사기법과 관련한 제도개선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에 반해 검찰 본연의 업무인 대규모 부패수사나 정치권 사정(司正) 작업은 신중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 이후 제기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점검하면서 휴지기를 가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정권 차원에서도 과거 정권에 대한 사정의 필요성이 크게 사라졌고, 그렇다고 검찰이 현정권의 비리 의혹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김준규 체제' 검찰이 정치적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칫 민감한 사건 수사는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검찰'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이번 주 중에 단행될 검사장급 인사도'수사통'보다는'공안통'과'관리형'인사가 주요 보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법무부는 이미 검찰 인사안을 마련해 놓고 김 내정자와 협의를 거쳐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사법시험 23회의 박용석(54ㆍ대구) 부산지검장, 한상대(50ㆍ서울) 법무부 검찰국장, 사시 24회의 노환균(52ㆍ경북) 대검 공안부장, 채동욱(50ㆍ서울) 법무부 법무실장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
대검 중수부장에는 김홍일(53ㆍ사시 24회)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남기춘(49ㆍ사시 25회) 대검 공판송무부장, 김수남(사시 26회)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사시25회 출신들인 최교일 서울고검 차장, 소병철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새로 검사장에 임명되는 기수는 사시 27회가 주축이 될 전망이다. 김희관(46ㆍ전북) 서울중앙지검 2차장, 최재경(47ㆍ경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 김경수(49ㆍ경남) 인천지검 1차장, 홍만표(50ㆍ강원) 대검 수사기획관 등의 승진이 예상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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