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문인들을 대상으로 자행됐던 '문인간첩단 사건'이 당시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날 "임헌영씨 등 문인 5명이 간첩으로 몰려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당시 보안사가 유신 반대 서명에 참여한 연루자들을 고문해 조작한 사건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에 따라 국가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보안사는 74년 임씨 등이 일본에서 발행되는 <한양> 이라는 잡지가 북한 공작원들이 발행인과 편집인으로 있는 조총련 계열의 반국가단체 위장 잡지라는 점을 알면서도 원고를 게재하고 원고료를 받는 등 회합했다며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의 혐의로 강제로 연행해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한양>
하지만 조사결과, 당시 사건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에 반대하는 문인들을 간첩으로 몰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한양> 이 조총련이 아닌 민단 계열의 잡지로 당시 보안사는 발행인과 편집인이 북한공작원이라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더구나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가 불법수사를 은폐하기 위해 중앙정보부가 수사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검찰이 기소단계에서부터 간첩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양>
당시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 간첩 혐의는 기소단계에서부터 빼고 국가보안법상의 회합ㆍ통신 등 혐의만 적용, 임씨 등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 결정에 대해 임씨는 "지금이라도 진실이 규명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다른 관련인들과 협의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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