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의 희망'이 무너졌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연패의 야심찬 목표는 물거품이 됐다. 올림픽 챔피언의 자부심도 모래성처럼 스러졌다.
박태환(20ㆍ단국대)이 28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에서 열린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1분46초68의 저조한 기록으로 전체 13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자유형 400m 예선탈락에 이은 또 한 번의 충격이다. 1분46초68은 박태환의 개인 최고기록(1분44초85)에 2초 가까이 뒤지는 기록이다. 이번 재앙은 19세에 올림픽을 제패한 박태환을 둘러싼 끊이지 않은 반목과 갈등이 빚어낸 예견된 참극이었다.
전담 코치 없는 전담팀
베이징올림픽 이후 박태환과 스폰서 계약을 맺은 SK텔레콤은 단순히 금전적인 스폰서에 그치지 않고 전담팀을 직접 운영하는 야심 찬 출발을 했다. 그러나 국내 전담코치를 쓰려니 수영계의 고질적인 파벌관계가 발목을 잡았고, 해외 코치 선임 역시 여의치 않았다.
결국 박태환은 전담코치도 없는 전담팀을 따라 두 차례 미국전지훈련을 실시했다. 선진 수영기법을 전수 받고자 하는 시도의 전부였다. 일찌감치 최첨단 소재의 전신수영복에 적응하지 않은 것도 전담코치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박태환은 그 동안 "어깨 부분이 조여 나한테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반신수영복을 고집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폴리우레탄 소재의 전신수영복은 세계신기록을 양산해내고 있다.
박태환은 200m 결승 진출이 좌절된 후 "전담코치 문제가 지금 가장 크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전담코치를 두는 것도 힘들다. 파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올림픽 이후 과도한 CF 출연으로 도마에 올랐던 박태환은 이번 대회 직전 로마 현지에서 광고촬영을 했다. 기형적으로 운영돼 온 박태환 전담팀의 단면이다.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SK텔레콤 관계자는 "광고계약이나 행사 출연의 경우 SK텔레콤에서 관여할 명분이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결국 국가대표팀에 소속돼 있는 아마추어 선수 박태환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스폰서, 학교 관계자 등 그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영리활동이 가능했다.
그 누구도 관리권한이 없는 이 같은 구조는 결국 박태환의 훈련 과정에 악영향을 끼쳤다.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은 박태환의 미국 전지훈련 프로그램이나 훈련성과 자료를 전달 받지 못했다.
20세 청년에게 가혹했던 짐
"베이징올림픽 때보다 두 배 이상 부담이 됐다. 다짐보다도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더 커 힘들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달리 나는 혼자서 감당해야 해 너무 힘들었다." 20세 청년 박태환의 말이다.
박태환은 지난 17일 출국 전 24초대 후반의 50m 랩타임을 기록하기도 했다. 훈련 시스템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급의 스피드와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박태환은 오는 1일 자유형 1,500m에 나선다. 극심한 부담감을 떨쳐버리는 게 급선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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