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보면서 또다시 선수의 고독에 대해 생각했다. 박태환 선수의 좌절감과 허탈감을 생각했다. 어린 시절 달리기 시합이 겹쳐졌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렸지만 하나, 둘 아이들에게 따라잡히고 꼴찌로 들어오던 때가, 끝까지 달려보지도 못하고 중간에 넘어지고 말았던 때가 떠올랐다. 실망한 어머니의 눈빛도. 사실 이번에도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그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고 싶었다.
그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큰 외국 선수들을 따돌릴 때는 벌떡 일어서서 그의 이름을 외쳐댔다. 주민센터의 수영장에 나가 몰래 그의 영법을 흉내내보기도 했다. 얼마 가지 못하고 풀 바닥에 발을 딛고 서서 헉헉댔지만 말이다. 어린데도 이 정도니 한창때면 얼마나 멋진 역량을 선보일까. 이번 선수권대회에서 기대했던 것은 단지 1등이라는 순위가 아니라 그간 갈고 닦아 달라졌을 그의 기량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는 결승전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관심이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모양이다. 그의 부진에 대해 한동안 책임 공방이 이어질 듯하다. 그렇지만 그 어떤 대회보다도 이번 로마 대회는 그의 추억에 남을 것이다. "괜찮쓰, 괜찮쓰." 아이들은 시합에 지고 들어오는 아이들에게도 응원을 보내주었다. 신발이 닳아서 미끄러졌다는 내 투정을 어머니는 모르는 척 받아주었다. 괜찮다. 박태환!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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