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열기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부산의 프로야구 롯데팬들. 그들에게 멕시코 출신 외야수 카림 가르시아(34)는 애증의 대상이다.
지난해 타점왕(111타점)에 홈런도 30개나 때려낸 가르시아는 실력은 물론 화끈한 성격으로 인기도 으뜸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타격 슬럼프에 빠지자 비난의 화살이 빗발쳤다. 6월 말까지 타율은 고작 2할2푼7리. 8개 구단을 통틀어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꼴찌 수준이었다.
앞서 5월초엔 1할대 추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팬들은 가르시아의 총알 송구에 박수를 보내다가도 헛방망이엔 깊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7월, 먼 길을 돌아온 가르시아가 다시 롯데 '활화산 야구'의 중심에 섰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팬들의 반응도 '역시 가르시아'로 통일됐다. 7월 17경기에서 3할5푼6리를 자랑한 가르시아는 시즌 타율 2할5푼1리 16홈런 47타점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부활한 '벽안(碧眼)의 갈매기' 가르시아를 만나 야구장 안팎의 얘기를 들어봤다.
■ 해운대 바닷바람에서 찾은 해법
자존심이 강한 가르시아에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타격 슬럼프로 가시방석에 앉았을 때 로이스터 감독만은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극약 처방도 하위 타순 강등 정도에 그쳤다.
가르시아는 로이스터 감독에 대해 "야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나보다 월등히 풍부하다.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게 당연하다. 특히 성적이 나쁠 때에도 기회를 준 부분은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럼프 탈출의 해법은 감독과의 해운대 해변 산책에서 찾았다. 나란히 바닷바람을 맞으며 감독의 배려를 새삼 실감한 가르시아는 당장 독기를 품었다. 다른 동료들보다 1,2시간이나 일찍 경기장을 찾아 외로이 방망이를 돌렸다. 약점이 많은 어퍼 스윙에서 안정적인 레벨(수평) 스윙으로의 변화가 구슬땀을 쏟아낸 보상이다.
■ 가족은 나의 힘
가르시아의 오른 팔뚝에는 맏아들 디에고(6)의 얼굴 문신이 있다. 홈런 세리머니로 아들의 얼굴을 힘차게 두드리지만 언론 공개는 극도로 꺼린다. 가족은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창 성적이 바닥을 기던 5월 말에는 아버지(프란시스코)가 입국해 '객원코치' 역할을 했다. 멕시칸리그 16년 선수 경력을 자랑하는 가르시아의 아버지는 지도자로도 3년간 활동했다.
가르시아는 "지독하게 안 풀릴 땐 혼자 술도 제법 많이 마셨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버지와 두 아들, 그리고 약혼자 등 가족의 존재 자체가 심적으로 안정을 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선수생활 마무리는 '제2의 고향'에서
"10점 만점에 10점." 한국생활 만족도에 대한 가르시아의 대답이다. 입단 첫해인 지난 시즌 '삼겹살 마니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한국생활에 빠르게 적응한 가르시아. 그는 2년째인 올해엔 부산 전역을 환하게 꿰뚫을 정도가 됐다.
쉬는 날엔 가족과 함께 바닷가 산책 후 맛집 탐방을 하거나 영화관을 찾는다고. 미국 출신 투수 존 애킨스가 올시즌 새 식구가 되고부터는 애킨스 가족과 볼링을 즐기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일말의 불편함도 없다"는 가르시아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에 계속 머물고 싶다. 이곳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게 내 바람"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우선 목표는 소속팀의 우승이다. "타율이라든가 개인 성적이 문제가 아닙니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우승까지 거머쥐는 게 내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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