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은 2003년 3월 모 의학학회 소속 의사와 가족 등 59명의 2박3일 제주도 여행비를 지원했다. 총 1억2,000만원의 비용이 들었는데, 여기에는 특급호텔 숙박비와 관광비용은 물론, 골프와 낚시, 사냥을 즐기는 데 드는 비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특정 약품의 처방을 늘려달라고 부탁하는 취지의 로비였다. 2004년 1월에는 한 대형병원에 약품을 독점 공급하는 대가로 모 대학 약대 동창회 경비 1,2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2004년 1월~2006년 4월 중외제약은 거래처 병원 의사들의 골프비용으로 3,800여만원을 지출했다. 2005년 12월에는 개원 예정 의사의 일본 출장에 필요한 항공권을 대신 구입해 주기도 했다. 이 역시 약품 및 수액 등의 처방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처럼 제약회사가 특정 약품의 판매를 늘릴 목적으로 병ㆍ의원 및 약국 등에 리베이트나 랜딩비(약품 채택시 최초 납품 명목으로 주는 금품)를 제공하는 관행이 법원에서 불공정 거래행위로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광우 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미약품, 중외제약, 녹십자에 대해 각각 1억5,000만원, 1억원, 2,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제약회사들의 지원행위는 처방 의사 등에게 과대한 이익을 제공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유인하는 행위"라며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제약회사들은 이것이 업계 관행에 비춰 적법하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런 관행이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제약업계의 판매ㆍ관리비는 매출액의 35%가 넘는데 이것은 제조업 평균인 12%에 비해 매우 높다"며 "제약회사의 부당 유인행위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약회사와 의사들 사이의 이 같은 리베이트ㆍ랜딩비 관행이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의약품과 달리 전문의약품의 선택권은 환자가 아닌 의사에게 있어, 의사들을 상대로 한 집중적인 로비가 바로 제약회사의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도 다국적 업체를 포함한 7개 제약회사가 병원 등에 리베이트와 랜딩비 등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4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관계자는 "불법적인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더 교묘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도 있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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