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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외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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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외딴집

입력
2009.07.2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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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를 돌면

다섯 살 꼬마같이 마당 칭얼거리는 외딴집 하나

하늘 한 조각 머금지 않은 붉은 기와가

가을빛에 잘도 익어 간다

외딴, 이라는 말이 따돌린

그 언덕은 참 또박하여 절대 흐린 날이 없다

절대 어둔 날도 없다

오도카니 그 모습 다 드러내거나

제 속 환히 들키는 불빛 품은 말

외딴보다 한 굽이 더 돌아가는 나는

홀로 캄캄하고 홀로 다 보이지 않는다

● 외딴집. '다섯 살 꼬마같이 마당 칭얼거리는' 그 집. 이 시를 읽으면 세상을 돌아다니며 본 외딴집들이 생각난다. 그런 집들은 터키의 아나톨리아 지방에도 프랑스의 노르망디에도 있었고 이태리나 독일에도 있었다. 하지만 나그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두고 온 외딴집이 오롯이 들어있다.

사천, 삼천포, 삼척, 통영, 설악산, 내소산, 지리산, 이런 지명, 산이름들과 함께 선연히 눈 앞에 나타나는 내가 생애에 보았던 많은 외딴집들. 웅성웅성 많은 집들이 몰켜있는 곳에서 벗어나 저만치 떨어져 있는 김소월의 산유화같은 집들.

나이가 들어가는 일은 이런 외딴집들을 마음에 들여놓는 건 아닌가 싶다. '외딴보다 한 굽이 더 돌아가는' 우리들의 생애가 '홀로 캄캄하고 홀로 다 보이지 않을 때', 보석같은 가슴 속의 외딴집을 떠올리자. 가을빛에 익어가는 붉은 기와도 함께.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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