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13년차 권모(42)씨-김모(39)씨 부부.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일하는 남편 권씨 수입만으로는 남매를 키우기 버거워 3년 전부터 아내 김씨도 샌드위치 가게를 차리며 맞벌이 전선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들 부부의 월 소득은 대략 500만~600만원. 외벌이 때와 비교하면 월 200만원 남짓 늘어났다.
문제는 확 불어난 씀씀이였다. 가사 도우미 비용, 아이들 추가 학원비, 그리고 외벌이 때보다 불어난 각종 세금과 교통비 등. 김씨는 “부모가 집에 없으면 아무래도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학원에 많이 보내게 된다”며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대폭 줄었지만, 그렇다고 이전보다 생활 형편이 크게 나아진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남는 것은 별로 많지 않은 게 맞벌이였다. 외벌이 가구에 비해 수입은 월평균 130만원 가량 더 많았지만, 쓰고 남는 돈은 수입 격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0만원 남짓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돈 쓸 곳이 더 많아지고, 씀씀이 또한 헤프다는 얘기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4만9,380만원으로, 외벌이 가구 302만452원에 비해 44%(132만8,928원)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씀씀이는 훨씬 더 커져 외벌이 가구(254만,3004원)보다 70만원 이상 더 많은 월평균 324만8,181원을 지출했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지출을 빼고 남는 돈(월평균 흑자액)은 맞벌이 가구가 110만원, 외벌이 가구가 4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의 흑자액이 더 많긴 했지만, 소득 격차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항목별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교육비였다.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46만7,104원으로, 외벌이 가구(30만4,516원)보다 50% 이상 더 많았다. 자녀들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맞벌이를 하거나, 소득이 늘어나면 교육비 지출부터 늘리고 보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아무래도 음식ㆍ숙박비나 교통비, 통신비 지출도 맞벌이 가구가 30~40%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득이 늘어나면 세금 등 각종 의무 지출도 따라서 증가하기 마련. 세금이나 4대보험 지출 등을 합한 비소비 지출은 맞벌이 가구(79만6,274원)와 외벌이 가구(56만8,935) 간 격차가 40%(22만7,339원)에 달했다.
최근 둘째 아이를 낳고 직장에 복귀한 최모(34)씨는 맞벌이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씨는 “엄마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외벌이 가구보다 맞벌이 가구에게 보육비 지원이 더 절실한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부부 합산 소득 기준으로 정부의 보육비 지원 여부가 결정돼 정작 대부분의 맞벌이 가구는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며 정책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삼식 연구위원도 “맞벌이를 하면 가사나 육아 서비스 등을 구매할 수밖에 없지만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보육료 지원 등에 대한 가구 소득 기준을 맞벌이 기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