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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대표' 하정우 "스키점프 훈련에 힘들었지만 선수들 애환 대변한 것 같아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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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대표' 하정우 "스키점프 훈련에 힘들었지만 선수들 애환 대변한 것 같아 보람"

입력
2009.07.2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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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영화 '구미호 가족' 개봉을 앞두고 만났을 때 하정우는 '필카'(필름 카메라) 콘탁스 G2를 매고 나타났다. "바로 찍어 바로 보는 디카(디지털 카메라)는 정이 안 간다"고 그는 말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다시 자리를 함께 한 그는 "구형 롤라이를 추가로 구입했다"며 "요즘 후배들 프로필 사진 찍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사진은 사진다워야 한다. 그래서 따스한 느낌의 필카가 좋다"는 그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은 여전한 듯했다. 연기를 향한 열정과 고집도 식거나 꺾이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 동안 그의 이름은 충무로에서 급격한 신분상승을 하며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독립영화 '용서 받지 못한 자'로 될성부른 떡잎이란 평가를 받던 그는 이제 연애담만으로도 인터넷을 뜨겁게 데우는 스타가 되었다. 지난해 500만 관객을 모은 '추격자'가 안겨준 축복이다.

하정우는 30일 개봉하는 '국가대표'로 다시 대중의 마음을 사려 한다. 오합지졸 국가대표 스키점프 팀의 웃음기 어린 뜨거운 투혼을 그려낸 이 영화에서 그는 부모를 찾기 위해 스키점프에 입문하는 입양아 출신 스키 선수 차헌태를 연기한다.

스키점프 팀이 빚어내는 좌충우돌의 유머와 입양아로 겪는 서러움 등의 복합적 감정을 하정우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버무려낸다.

'국가대표'를 찍으면서 그는 하늘을 나는 모습을 제외한 스키점프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의 몸으로 해냈다. 스키를 타고 활강해 도약하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모습을 찍어내기 위해 3개월의 합숙훈련을 했다.

"20년 정도 스키를 탔지만, 훈련은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된 훈련과정에서 그는 "대역을 한 코치가 유럽에서 주기적으로 문자를 보낼 정도"로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과 절친한 사이가 됐다.

그래서 "영화 시사 후 실제 선수들의 애환을 대변해준 것 같아 참 보람된 일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고작 1, 2초 나올 장면을 위해 그 고생을 했나 생각하니 허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몸은 성치 않았다. 어느 날은 촬영을 마치고 나오다 미끄러져 오른 손등 3, 4번 뼈가 부러졌다. "촬영 중이라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부어오른 손등으로 일정을 강행했다. 옻이 오르기도 했고, 등에 담이 걸려 2주 동안 꼼짝 못하는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영화 '시간'과 '숨', '추격자',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 '보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 하정우가 최근 출연한 작품은 열거하기에도 숨이 차다. "혼자 다 해먹냐"는 시기어린 목소리와 "마구잡이로 출연한다"는 우려가 동시에 쏟아진다. 그 자신도 "무모한 열정을 앞세우기보다 이제는 좀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쉼없는 질주를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라 생각하는 듯했고 다작에 대한 곱지 않은 눈초리에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항상 영화에 관심을 두는) 평단과 언론은 식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히트작은 적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아직도 많이 모자란다."

그는 그래서 "아직 갈 길이 엄청나게 멀다"며 "신중하게 생각해 출연을 결정하고 연기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젊었을 때 정말 많이 찍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요. 피 끓고 있는 이 젊음을 온전히 영화에 바친다면 건강한 발산 아닌가요. 제 걸음걸이가 남들보다 빠른 만큼, 살아가고 생각하는 템포도 좀 빠른 듯합니다. 저에게 연기는 소비가 아니라 연마의 과정이에요."

하정우는 "배우로서 지닌 아련한 꿈의 20% 정도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며 "여러 영화에 출연한 10~20년 뒤 그 꿈이 명확하게 실체를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좀 더 제 진짜 모습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실존 인물에 대한 연기도 재미있을 듯 하고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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