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간의 대북 정책을 잇따라 깎아 내려 논란이 됐다. 두 곳 모두 국가ㆍ정부 기관인 만큼 현 정권의 의중이 어느 정도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새 정권이 과거 정권의 정책을 비판ㆍ수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내용과 표현 방식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비판의 근거가 취약하다. 민주평통은 최근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 바로 알기> 라는 자문위원 교육용 책자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북한에 약 70억달러(9조5,000억원)를 지원했다"고 밝혔지만 민간경협을 통해 전달된 액수까지 포함시켰다. 이명박>
민주평통은 또 "대북 지원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되고 현금은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였다" "최근 북한의 태도는 과거 10년 간 생떼 쓰기가 통했던 잘못된 학습효과 때문" 등 일부 이념 계층의 시각을 일방적으로 실었다. '평화통일을 향한 범민족적 역량을 집결시킨다'는 민주평통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
민주평통과 통일연구원은 특히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선언을 폄하했다. 민주평통은 "6ㆍ15 선언은 5억달러의 뒷돈을 주고 성사된 정상회담에서 합의돼 정당성이 결여돼 있고, 북한 통일 방안인 고려연방제를 일부 수용해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했다"며 "10ㆍ4선언은 최소 14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항으로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 준 무책임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통일연구원도 <2009 통일교육지침서>에서 "6ㆍ15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 "(10ㆍ4선언 내용은)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크게 미흡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실었다. 이는 "6ㆍ15와 10ㆍ4 선언 등 이전의 모든 남북 합의를 존중한다"(현인택 통일부장관)는 정부 공식 입장과도 거리가 있다.
두 기관은 북한에 대해서도 "이중플레이" "뒷구멍" "협박 전문"(민주평통), "퇴행적 체제"(통일교육원) 등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한 남한의 진정성을 끊임 없이 의심하게 하고, 자칫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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