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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 新단말기 출시/ 황무지 전자책 시장, 훈풍이냐 미풍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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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 新단말기 출시/ 황무지 전자책 시장, 훈풍이냐 미풍이냐

입력
2009.07.2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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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e-북) 활성화를 가능케 할 '묘약'으로 출판계의 기대를 모아온 삼성전자의 '전자종이 단말기 SNE-50K'가 31일 출시된다. 영세ㆍ중소업체들이 주도했던 전자책 시장에 삼성전자가 뛰어들어 국내 최대 도서유통 업체인 교보문고와 손을 잡으면서, 그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전자책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많은 관심을 모았다. e-북이 국내 도입된 지 10년, 전자 분야의 마지막 황무지, 출판계에도 디지털의 훈풍이 불 수 있을까.

■ 삼성전자 "진짜 책에 가장 가깝다"

삼성전자와 교보문고는 2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SNE-50K의 시연회를 가졌다. '파피루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진행된 삼성의 전자종이 디스플레이 사업의 첫 결실인 SNE-50K는 독서와 일정관리, 메모 저장 등이 가능한 다기능 전자책 단말기.

512MB 메모리를 내장, 책 400권 또는 8,000장 분량의 메모를 저장할 수 있으며, 포켓 사이즈인 5인치의 작은 화면에 한 손으로 오랜 시간 잡고 있어도 무리가 가지 않도록 무게 200g으로 가볍게 제작됐다.

전자종이를 사용해 햇빛과 조명을 받으면 액정이 반사돼 글을 읽을 수 없었던 기존 전자책들과 달리 실내ㆍ외 어디서나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며, 세계 최초로 실제 종이에 메모하듯 전용 펜으로 자유롭게 메모할 수 있는 라이팅(writing) 기능을 탑재, 별도의 메모장과 스케줄러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책에 직접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할 수 있는 기능은 아직 구현하지 못한다.

컴퓨터와 연결해 디지털 교보문고(www.dkyobobook.co.kr)에 접속, SNE-50K 전용 페이지에서 도서를 구매하면 콘텐츠가 SNE-50K로 전송되는 방식. 무선 인터넷 기능이 없어 매번 PC에 접속해 책을 내려받아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단말기는 33만 9,000원,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 값의 40% 수준. 31일부터 인터넷 교보문고와 교보문고 매장에서 살 수 있다.

■ 그동안 왜 거듭 실패했나

2000년대 초 국내에 도입된 전자책은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PC용 시스템, 전자도서관, 모바일 전자책, 전용 단말기 순으로 그 형태를 달리해왔다. 하지만 고질적인 콘텐츠 부족과 가독성 낮은 플랫폼 등으로 인해 어느 하나 성공적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실패를 거듭해왔다.

국내 최대 전자책 전문업체인 북토피아가 지난 6월 사실상의 부도 사태를 맞은 것이 대표적 실패 사례. 북토피아는 1999년 김영사, 들녘, 박영사, 푸른숲 등 120개 출판사와 주요 작가들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된 벤처회사로 전용 뷰어인 '내 서재' 등 이용하기 편리한 프로그램과 다양한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경영진의 경영권 갈등, 방만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잦은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로 1,063개 출판사에 약 60억원의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못한 채 신간 제공 서비스를 종료했다.

국내 전자책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건 읽기가 어렵고, 읽을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 2007년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출시한 전자책 전용 단말기 '킨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주요 작품 대부분이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성대훈 교보문고 디지털콘텐츠사업팀장은 "그동안 전자책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건 콘텐츠를 최적의 조건에서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적절한 단말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 확립, 시장 질서의 미정립도 심각한 문제점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인세 등 수익 배분에 관한 업계의 합의된 룰이 없어 그때그때 중구난방이었고, 전자책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된 콘텐츠는 불법 복제에 악용될 소지가 커 작가나 출판사들이 전자책 출판을 기피해 왔다"고 말했다. 전자책의 '범람'으로 인한 시장 축소와 단가 인하에 대한 출판사의 우려도 전자책 활성화를 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 이번엔 잘될까

지난해 출시된 국내 최초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인 네오럭스의 누트와 이번에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SNE-50K는 전자종이와 전자잉크의 사용으로 눈의 피로와 빛 반사 등 디지털 독서의 가독성을 높이는 데 성공, 기술적 과제는 상당 부분 해결했다. 이제 전자책의 운명은 얼마나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교보문고가 단말기 출시와 동시에 제공하는 전자책은 SNE-50K가 채택한 국제전자책표준포맷인 이펍(ePub)으로 변환된 2,500여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긴 하지만 종이책과 비교하면 여전히 빈약한 규모다.

<압구정 다이어리> <88만원 세대>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이노베이터> 등 분야별 베스트셀러도 포함하고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1만종, 이후 매년 1,000여종씩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교보문고 이한우 온라인사업본부장은 "신제품 출시로 전자책 독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자책 콘텐츠 판매도 5배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디지털교보문고는 국내 전자책 시장이 2006년 약 2,100억원 규모에서 2010년 1조600억원, 2012년 2조3,8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기호 소장은 "저작권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없어 저자, 출판사 등 생산자가 전자책에 대해 아직도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생산자부터 동의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는 한 전자책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단말기가 출시돼도 별 영향은 없으리라고 본다"며 "장기적으로 전자책은 전용 단말기가 아닌 휴대전화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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