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7일 친박계 이해봉 의원을 전국위원회 의장으로 선출하자 "당내 계파 권력 구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1개 당직 인선에 예민한 시선이 쏠린 이유는 전국위의장이 당 최고의결기구인 전당대회 의장을 겸하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전국위의장이나 전당대회의장은 평소에는 비중이 높지 않지만 계파 갈등 상황에서 전국위 또는 전대가 소집됐을 때 저울추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주류측이 전국위의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지난 3월 사퇴한 이재창 전 전국위의장도 친이계였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은 계파 갈등 완화를 위해 친박계 중진을 새 전국위의장으로 뽑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날 의장 선출을 위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위 회의는 두 계파 간 화합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친박계 약진은 전국위의장에 그치지 않는다. 5월 말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김성조 의원도 친박 성향이다. 친박계 핵심은 아니지만 박근혜 전 대표 및 강재섭 전 대표와 가깝다.
시ㆍ도당 위원장 선출에서도 친박계가 크게 선전하고 있다. 현재 전국 16개 시ㆍ도 가운데 13곳 시ㆍ도당 위원장 선출을 마쳤는데, 친박계나 친박계와 가까운 중도 성향 위원장이 6명, 친이계이거나 친이계와 가까운 중도 성향 위원장은 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친박계는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권 등 노른자위 지역을 차지해 실질에서도 우위다.
서울에서는 중립 성향의 권영세 의원이 친박계와 소장ㆍ중립파의 지지를 받아 친이계가 민 전여옥 의원을 꺾고 시당위원장에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인천시당에서는 추대 형식을 통해 친박계 중진 이경재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친박계의 위력은 영남권에서 두드러졌다. 부산시당에는 유기준, 대구시당에는 서상기, 경북도당에는 김태환 위원장이 각각 합의 추대됐다. 이주영 경남도당위원장은 중립이지만 친박 성향으로도 분류된다.
친박계의 당직 진출이 늘고 있는 데 대해 친박계 의원들은 "아직도 대부분의 핵심 당직은 친이계가 차지하고 있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친이계 의원들은 "탕평을 위해 친박계 당직자가 늘어나야 한다"면서도 친박계의 세력 확대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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