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정부가 그 동안 추진해온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더 이상 고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은 27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여야 모두에서 나왔다”며 “그런 면에서 더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데 정부안이 걸림돌이 된다면 정부안을 주장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근속기간이 2년 넘은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권장하는 한편, 사회보험료와 법인세 감면 등 전환 지원책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발언은 기존 비정규직에 대한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대량 해고’ 가능성을 내세우며 2년 초과 근속자의 정규직 의무전환 규정 무력화에 집중됐던 노동부의 정책 기조가 현행 비정규직법을 인정하고, 일반 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할 전망이다.
노동부의 정책기조 변화는 조속한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가, 지난 1일부터 정규직 의무전환 규정이 실제로 시행된 뒤 현장 기업들이 예상보다 훨씬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여야 대치 상황을 감안하면 올 10월은 돼야 논의가 시작될 것 같고, 야당은 여전히 근속기간 연장이나 법 시행 유예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3~4개월 내에 법 개정이 어렵다면, 법을 집행하는 주무부처로서는 변화된 상황에 순응해 법을 집행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정책 변화의 보다 근본적 이유는 노동부 예상과 달리 ‘대량 해고’ 사태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일선 기업의 70%가 ‘대량 해고’ 대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한국일보 보도(20일자 1면)가 노동부의 현장 점검에서도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는 통계청과 함께 1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데, 이 조사에서 ‘대량 해고’가 사실이 아닐 경우의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 챙기기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노동부가 잘못된 판단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는 정책을 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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