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이 100% 면담 만으로 대학 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24일 충북 괴산고 방문 자리)→ "임기 말쯤이면 상당수 대학들이 거의 100%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으로 바뀔 것이다."(27일 라디오 정례 연설)→…
이명박 대통령이 사흘 간격으로 대입 제도를 중심으로 한 교육정책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자 교육계가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대입제도 개혁을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선 학교 현장과 학부모들은 "교과부 장관도 아닌 대통령이 확정되지도 않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대학입시 관련 방안을 언급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7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본인의)임기말쯤 가면 상당수 대학들이 거의 100% 가까운 입시 사정을 논술시험 없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뽑거나, 지역별 또는 농어촌에서 지역분담을 해 선발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교육 대책에 대해서는 "공교육만 가지고도 원하는 대학을 가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4일 기숙형공립고인 충북 괴산고를 방문해 "100% (입학사정관) 면담만으로 대학가는 시대가 올 것이며,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 가기 쉬운 시대가 분명히 온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표현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맥락 대로라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각 대학들이 자신의 임기(2012년) 안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학생들을 무조건 100% 선발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발언의 적절성 여부와 실현 가능성이다. 겨우 '걸음마 단계'로, 성공 여부 조차 불투명한 입학사정관제로의 대학입시 완전 전환을 주무 부처 장관을 제쳐놓고 대통령이 언급한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한 학부모 단체 간부는 "수십 년 걸려야 성과가 나타나는 특정 교육정책을 충분한 시험 시행과 검증 없이 단기간에 바꾸겠다는 것은 결국 대통령이 임기 안에 무언가를 내놓겠다는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 내에 상당수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로 100% 학생을 뽑도록 하겠다는 부분 또한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잠재력과 창의성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 근본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급격한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부실 전형과 공정성 문제라는 치명타를 낳을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고1 아들을 둔 학부모 정모(46ㆍ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시험 성적을 보지 않고 어떻게 학생들을 변별해 낼 수 있겠느냐"며 "대통령 발언이 너무 무책임하고 즉흥적"이라고 꼬집었다.
대학가에서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일선 학교의 논술지도 자료가 입학사정 자료로 가치가 있고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될 경우 논술 폐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연세대 입학관계자는 "논술 부분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