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라 압둘 바라다르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새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바라다르는 탈레반과 주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데다 전투에도 능해 미국에 위협적인 인물이 되고 있다.
바라다르의 존재는 미군이 4일 아프간 탈레반의 최대 거점인 남부 헬만드주를 공격하면서 드러났다. 미군은 이날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인 4,000명의 해병대를 동원, 대대적인 탈레반 소탕작전에 나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지상군 650명도 투입됐으며 전투기 및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기대와 달리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도로 등에 매설된 폭탄이 수시로 터지고 탈레반이 치고빠지기식 게릴라전을 펴는 바람에 전투 개시 열흘 만에 미군, 영국군 20여명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래리 니컬슨 아프간 주둔 해병 여단장은 "우리는 끔찍한 전투를 경험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뉴스위크는 "헬만드주의 탈레반군을 바라다르가 총지휘하고 있다"며 "바라다르는 미군의 압도적 화력에 정면 대응하며 은거지를 사수하는 대신 매복과 각개전투에 주력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바라다르가 아프간의 모든 탈레반군 지휘관과 점령 지역 주지사 임명권과 해임권을 갖고 있으며 아편 재배 등으로 확보한 자금을 관리하고 있어 아프간 탈레반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라고 분석했다.
바라다르가 권력을 장악한 것은 아프간 탈레반의 공식적인 최고 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절대적 신임과 바라다르의 개인적 리더십 때문으로 보인다. 오마르는 최근 3년 동안 탈레반 고위 지도자들조차 면담을 하지 못했으며 그 때문에 사망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바라다르의 개인 신상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오마르와 함께 초기 탈레반 활동을 한 점으로 미뤄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마르와는 동서지간이라는 소문도 있다.
탈레반 지휘관들이 대개 권위적으로 군림하는 것과 달리 바라다르는 부하들과 대화를 즐기며 점령지 주민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중시해 주민에게도 인기가 높다. 뉴스위크는 "미국 정보당국이 바르다르에 관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며 "오바마 정부가 아프간 출구 전략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7월 한 달간 아프간 미군 사망자는 30명으로 2001년 아프간 전쟁 개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