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바둑/ 미국·호주 무대 개척자… 김명완·안영길 일시 귀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바둑/ 미국·호주 무대 개척자… 김명완·안영길 일시 귀국

입력
2009.07.27 01:46
0 0

미국과 호주에서 바둑 보급 활동을 펴고 있는 김명완(8단)과 안영길(6단)이 여름 휴가를 겸해 일시 귀국했다. 오랜만에 시합 바둑도 구경하고 친구도 만나볼 겸 한국기원에 들른 두 ‘개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_두 사람 모두 한국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넘은 것 같은데.

(김)“작년 6월13일에 미국행 비행기를 탔어요. 현재 LA에 있읍니다.” (안)“전 작년 8월에 호주 시드니로 갔는데요. 이스트우드라고 한인촌 부근에 살고 있습니다.”

_현지 생활이 궁금하다.

(김) “하는 일도 없이 바빠요. 바둑 일은 1주일에 한 번씩 12명짜리 그룹 레슨 하고 개인 지도 두어 팀, 그리고 주말에 나성기원에 가서 교민들에게 강의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하는 정도죠.”

(안) “매주 금요일 오후에 현지인들에게 바둑 가르치고 토요일엔 한인 바둑 클럽에서 한인 어린이와 교민들을 지도합니다. 화요일에는 미국인 교수에게 바둑을 가르치는데 실은 저도 그분에게 영어를 배우니까 일종의 바터제인 셈이죠. 그 밖에 이 곳 저 곳에서 소소한 바둑 대회가 자주 열려서 늘 바빠요.”

_인터넷 강의도 한다는데.

(안)“영문 인터넷 사이트인 KGS(www.gokgs.com)를 많이 이용해요. 거기다 수강생을 구한다는 광고를 올렸더니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에서 신청이 왔어요. 한 번에 두 시간 정도 강의를 하는데 고급자는 초반 100수 정도 대국한 후 복기를 해주는 방식으로 하고 저급자는 자기 바둑을 돌려보면서 맥이나 사활, 행마 등을 주로 가르칩니다. 반응은 좋은데 벌이로는 그저 그래요.”

(김)“저도 평소 KGS에 많이 들어 갑니다.”

_가장 궁금한 게 있다. 과연 바둑만 가르쳐서 생활이 되나.

(김)“한 마디로 잘 안 되죠. 더구나 제가 올 때만 해도 환율이 1,000원 이하였는데 지금은 1,300원까지 됐으니 경제적 어려움이 커요. 그동안 한국에서 벌어놓은 거 꽤 까먹었죠.”

(안)“전 그럭저럭 최소한의 생활비는 충당했는데 앞으로가 걱정이에요. 다음 달부터 이세돌의 누나인 이세나씨가 운영하던 바둑 교실을 인수 받기로 했는데 집세만 해도 지금의 두 배 이상이어서 과연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_현지 바둑계 상황은 어떤가.

(김) “미국 바둑 인구는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층의 증가 속도가 빠릅니다. 미국은 대학 입시에서 수능 점수뿐 아니라 과외 활동을 중시하는데 바둑에서도 국가 대표 선수가 되면 대부분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서 부모들에게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중국서 열린 마인드 스포츠 게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모두 UC버클리나 동부의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들어갔어요.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바둑을 멀리 해요. 자녀들에게 바둑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 데 유용한 걸 많이 가르려 하죠. 그에 비하면 중국계가 바둑을 열심히 해요.”

(안)“시드니는 교민들이 아주 열심히 도와 주세요. 현지인들도 조금씩 바둑 인구가 늘어나고 있구요. 지난 5월엔 현지인들과 바둑 캠프도 했어요. 어린이 15명에 학부형까지 모두 25명이 브리스번 근처 휴양지에 2박3일간 갔다 왔는데 모두들 무척 즐거워 했어요. 호주에 프로 기사가 온 건 1980년대 중국의 우쑹성사범 이래 한중일을 통틀어 제가 유일하대요.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호주 바둑계를 제가 이끌어 가는 셈이죠. 그래서 현지인들이 대회 같은 데서 저를 만나면 매우 반가와 하고 뭔가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해요. 그래서 저도 황무지를 개척한다는 자부심은 있어요.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사명감같은 것도 생기구요.

한데 호주도 최근 경제난의 여파로 바둑 대회가 여럿 없어지거나 아예 상금 없이 치르는 대회도 있습니다. 바둑 강국인 한국에서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저비용으로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_앞으로 계획은.

(안)“앞으로 3~4년은 더 머물 생각입니다. 대학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같은 걸 전공해 보고 싶습니다.”

(김)“아직 확실히 결정을 못했어요. 1~2년 더 있으면서 과연 여기서 뿌리를 내려야 할 지를 결정하렵니다. 바둑 교실을 하나 운영하고 싶은데 학생 비자여서 어려움이 있어요.”

_김사범은 이번 귀국길, 한국기원에 몇 가지 건의사항을 전달했다던데.

(김)“그동안 제가 현지에서 보고 느낀 점을 요약해서 몇 가지 미국바둑보급지원방안을 만들어 봤어요. 우선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서 직접 대면해서 바둑을 보급하는 게 쉽지 않아요. 사실 바둑에 대해 완전히 맹탕이면 가르치기가 너무 어렵고 최소한 15급 정도는 돼야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이 단계까지 이르는 데는 인터넷이나 컴퓨터 바둑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지금도 현지인들 傷〈?일본의 바둑 만화 ‘고스트 바둑왕’을 보고 혼자서 바둑을 배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기원이 바둑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미국바둑협회를 통해 보급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거예요.

최근 미국 바둑계에서 프로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에 맞춰 미국 프로 기사를 한국에서 연수시킨다거나 혹은 국내 스폰서와 협조해서 프로 기전을 개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미국 바둑 시장을 파고드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