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과 저녁 사이, 밥도 호두과자도 아닌, 딱 라면이었다. 그런데도 한참 망설였다. 지갑을 꺼낸 채 서 있다가 몇 번이나 계산대 여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하행선 휴게소에서 먹은 라면맛이 떠올랐다. 의아했던 건 옆의 한식 코너와는 대조적인 주방 모습이었다. 쉐프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한식과는 달리 라면 주방에서는 이 일 저 일 교대하는 아주머니들이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굳이 요리사 복장이 아니더라도 음식 내공은 금방 드러나는 법이다.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건 의외로 어렵다. 죄송하지만 휴게소 라면은 맛없었다. 적어도 내가 끓인 라면보다는 맛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나다를까 상행선 휴게소도 다르지 않았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라면을 끓였다. 눈물이 쏙 빠지는 매운 국물과 졸깃한 면발로 유명한 브랜드 라면은 아니더라도 동네 분식점 아주머니의 라면이 생각나 침이 고였다. 휴게소들에도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하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에서 피자까지 지금은 아홉 개 브랜드가 22개의 휴게소에 들어섰지만 그 수는 순식간에 늘어날 것이다. 왜 진작에 휴게소만의 변별성을 가지지는 못했을까. 화장실만 변화할 게 아니었는데, 그 휴게소 그 맛을 찾아 손님들이 오게 했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라면을 먹으며 툴툴댔다. "달걀 좀 넣어주면 큰일나나?"
하성란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