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처럼 100% 보장이 계속 유지되는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막판 고객유치에 열을 올려온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이달 말을 채우지 않고 일찍 판매를 마감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0% 실손보험 이번 주 마감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실손보험의 보장 한도가 3년간만 현행대로 100%로 보장되고 그 후에는 90%로 축소된다. 10월 이후에는 90% 보장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다.
실손보험의 보장한도가 90%로 축소되면 입원할 때 국민건강보험 보장분을 제외한 본인부담금의 90%만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가입자 부담금이 연간 200만원에 도달하면 그 이상은 자기부담금이 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 보장을 제외한 입원치료비가 400만원이면 가입자가 10%인 40만원을 부담한다.
그러나 입원치료비가 연간 3,000만원이라면 10%인 300만원중 200만원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2,800만원은 보험사가 낸다. 또 종전엔 외래진료비와 약제비를 합쳐 5,000~1만원이었지만 앞으로는 최소 1만8,000원 이상은 본인 부담이다.
조기마감은 절판마케팅?
실손보험 조건변경을 앞두고 가입이 평소의 갑절 가까이 몰린 가운데, 이달 말이 되기 전에 일찍 보험판매를 마감하는 보험사도 나오고있다. 대형 독립영업대리점(GA)에서는 메리츠화재와 그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이 마감했고, 현대해상이 27일 마감할 예정이라고 고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GA들의 홍보내용 중 상당부분은 소위 고객을 끌기 위한 '절판마케팅'이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일괄적으로 판매를 조기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지병 등이 있어 심사에 시간이 필요한 경우는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린손보는 늦어도 30일 오후 4시까지만 계약의사가 전달되면 된다고 밝혔다. 대다수 업체 관계자들은 "마감 계획이 없으며 GA들이 절판 마케팅의 일환으로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흥국화재와 현대해상 등 일부 보험사는 다음 주 초 조기 마감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업무가 폭증해서 심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우선, GA들이 실적을 올릴 때마다 보험사에서 줘야 하는 수수료가 부담스럽다. GA들은 그간 '이번이 마지막', '조기판매종료 임박' 등 자극적인 광고로 가입자를 끌어 모아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일부 GA의 경우엔 1년간 보험료를 대납해주는 방식으로 고객을 늘리는데도 이익을 남겼을 정도다.
뿐 아니라 100% 실손상품은 보험사 입장에선 그다지 수지가 맞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100% 실손보험의 손해율(납입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비율)은 적정수준인 70% 초반대를 훌쩍 뛰어넘어 평균 100% 내외다. 즉, 영업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은 일부 보험사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지나치게 가입자가 많이 몰릴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꼼꼼히 따져 가입해야
가입자 입장에선 판매자들의 절판마케팅에 휘둘리지 말고 몇 가지 유의사항들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선 실손보험 대부분은 특약형태라 주보험이 무엇인지, 중복 가입된 것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험료 비중도 특약보단 주보험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의 실손보험은 종신보험, 치명적질병(CI)보험, 통합보험 등의 주보험에 부가되는 형태이며, 손해보험사는 주로 상해보험으로 질병사망특약을 가입해야만 실손특약을 부가할 수 있다. 그런데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실손보험에만 급급해 주보험을 아무렇게나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또 중복은 아니라도 본인에게 별 필요가 없는 주보험을 가입하기도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다.
적당한 주보험이 없거나 저렴한 보험료에 보장 폭이 넓기를 바란다면, 10월 이후를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 비록 10월 이후 보장액은 90%로 줄지만 대신 월 보험료도 몇 천원 줄고, 치과질환, 임신과 항문관련 질병 등을 보장하는 새로운 상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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