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국내 경제성장률과 기업 실적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함에 따라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분기 성장의 주요인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자동차 구입에 대한 세제 혜택을 꼽고 있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상반기 성장의 견인차였던 정부 씀씀이가 줄어들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도 사라진다. 수출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줬던 환율효과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올해 3분기가 향후 경제회복을 결정 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 2분기 나라ㆍ기업 성적표 모두 '서프라이즈'
최근 발표된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숫자만 놓고 보면 경기침체라고 진단하기 어려울 정도다.
26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실적을 내놓은 42개 상장사의 영업이익(본사 기준)은 총 6조2,428억원으로, 시장 예상치(5조4,228억원)보다 15%(8,200억원)나 많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체 실적공개 기업의 절반 가량이 모두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전력 등 5개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망치보다 35.0%나 많았다.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실적 악화가 예상됐지만, 2분기 고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과 기업들의 원가절감 노력 등이 어우러져 실적이 개선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전과 함께 나라경제 성적표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2.3%로 2003년 4분기(2.6%)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성장률로는 거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런 정도라면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바닥 다졌다고 보기엔 시기상조
문제는 2분기 성장률 반등과 기업들의 깜짝 실적에 '작위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상반기에만 연간 예산의 64%를 지출, 하반기에 써야 할 돈이 36%로 줄었다.
서울 강남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집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다 주가도 크게 올라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이 본격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2분기 기업 실적도 속을 들여다 보면 장밋빛만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매출 급감에 따른 '반사 효과'가 컸고, 특히 환율 상승에 따라 원화로 계상한 기업들의 성적표가 어느 정도 부풀려진 측면이 강하다. 3분기 성적표를 낙관하기 힘든 이유다.
■ 정부ㆍ기업, "확장적 기조 유지한다"
정부는 일단 지금은 출구전략을 쓸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확장적 정책기조를 일찍 중단할 경우 경기회복을 저해해 경제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며 출구전략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다만, "민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재정을 통한 수요 증대에도 한계가 있다"며 기업들의 투자를 촉구했다.
기업들도 경기회복세가 가시화할 때까지 재정ㆍ금융의 적극적 역할을 견지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동조하면서, 녹색성장 사업 등에 대한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녹색경영'에 5조4,000억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이 잇따라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정부가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면 더블딥 우려에서 벗어나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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