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을 통한 미디어법 강행처리 이후 정국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자칫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 '야당 없는 국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는 24일 온종일 미디어법 처리에 따른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나라당은 민생법안 처리를 강조하며 물꼬를 돌리고자 했고,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를 행동에 옮기며 미디어법 정국을 이어갈 태세다. 대리투표와 재투표를 둘러싼 공방도 갈수록 격화하면서 한편에선 감정싸움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의원직 사퇴서 제출을 실행에 옮겼다.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지는 차원에서 의원직을 버리겠지만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미디어법 무효 투쟁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최문순ㆍ천정배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공개 선언한 것을 비롯, 정 대표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맡긴 의원도 전체 84명 중 70이 넘었다. "정치적 쇼로 비칠 수 있다", "국회에 남아 악법의 실체를 알려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의원직 사퇴 주장을 비판했던 의원들 중 상당수도 지도부의 결단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야권은 장외투쟁에도 본격 나섰다. 25일 '언론악법 원천무효 국민선언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전국 5개 권역에서 시국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민주당은 특히 버스투어와 1,000만명 서명운동 등 '언론악법 폐기 100일 대장정'을 결의했다. 이미 9월 정기국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게 나오고 있어 국회의 장기 파행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국의 초점을 '민생 돌보기'로 돌리는 데 주력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8월 한달간 정조위와 상임위별로 당정회의와 민생탐방 등을 통해 서민지원 활동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특히 예결특위 소속 의원들은 전국 16개 시도를 방문해 직접 지역 현안들을 챙길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청와대 참모진 및 내각 개편을 단행하고 광복절을 계기로 국민통합책을 제시할 경우 정국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엔 미디어법 처리 이후의 여론이 "우려했던 상황으로 번지는 것 같지는 않다"(조윤선 대변인)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엄존한다. 당장은 여론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일지라도 법안 처리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확산될 경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촛불집회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반발이 없더라도 안심하긴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대 민생현안인 비정규직법 처리 시점을 두고 안상수 원내대표와 김성조 정책위의장이 각각 정기국회와 6월 국회를 주장하는 등 엇박자를 빚은 데 대해서도 "이래서야 우리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겠느냐"(한 원내부대표)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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