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24일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공개한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안'의 골자는 초중고교생들이 매 학기에 이수해야 하는 과목수를 줄이고, 국민공통기본 기본교육과정을 초중학교까지만 운영하는 것이다. 각 학교가 교과목별로 20% 범위 안에서 수업 시간을 자율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습 경감 효과가 크지 않고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위주의 교육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과목이 합쳐지는 교사들은 벌써부터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떤 내용 담았나
교과군 축소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은 주당 10개(국민공통 기본교과 10개)에서 7개, 중ㆍ고교는 13개(국민공통 기본교과 10개+교양교과 1~3개) 과목에서 8개 이하로 줄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허숙(전 경인교대 총장) 국가교육기술자문회의 2소위원장은 "현행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학습부담을 지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법은 2가지다. 현재 10개인 국민공통 기본교과(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외국어, 체육, 음악, 미술) 가운데 도덕과 사회, 과학과 실과, 음악과 미술을 각각 통합해 7개(국어, 사회ㆍ도덕, 수학, 과학ㆍ실과, 외국어, 체육, 예술) 교과군으로 축소하고, 주당 수업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한 도덕, 실과, 음악, 미술 등의 과목은 한 학기에 몰아서 끝내버리는 '집중이수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하면 학생들이 매 학기에 이수해야 할 과목수가 줄어들게 되는데다 집중이수에 따른 수업효과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모든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교과목이 제시된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도 현행 10년(초1~고1)에서 9년(초1~중3)으로 1년 줄어든다. 이에 따라 대학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고교는 교육과정 자율화 및 특성화를 통해 선택과목 운용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비교과 활동도 강화된다. 교과 위주에서 탈피하기 위해 현행 창의적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하고 이수 시간도 주당 2시간에서 3시간 이상으로 늘렸다
문제는 없나
미래형 교육과정에 대해 교육계는 기대가 큰 게 사실이지만, 우려도 이에 못지 않다. 새 교육과정의 핵심인 교과군 축소는 학습 부담 경감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창희 서울 대방중 교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매년 이수해야 할 수업시간 변동 없이 과목군을 축소하면 학습부담 경감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과목군 축소로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입시과목 수업 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통합되는 교과목 교사들의 반발 역시 간단치 않다. 서울 A중 도덕 교사 김모씨는 "교육적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과목을 합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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