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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폭리 수준 아니면 수요·공급 원리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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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폭리 수준 아니면 수요·공급 원리에 맡겨야"

입력
2009.07.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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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강료가 ‘명백히 폭리를 취하는 정도’로 과다하지만 않다면, 수강료는 수요ㆍ공급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옳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법원이 교육 당국의 수강료 조정 결정 권한을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장상균)는 서울 강남구 L영어학원이 강남교육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L학원은 주당 4시간 교습하는 초등영어 과목에 월 35만원의 수강료를, 주당 4시간 20분 수업하는 중등영어에 월 38만원의 수강료를 정했다가 지난해 10월 강남교육청으로부터 수강료 조정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L학원은 이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올해 1월 강남교육청은 14일간의 영업정지처분을 내리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학원 수강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요소를 계량화해 적정 수강료를 산출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수강료는 원칙적으로 교육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작동하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교육청의 수강료 조정 명령이 명백히 폭리를 취하는 예외적 사례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상시적 규제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또 “공교육이 낡은 평준화 정책 안에서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교육은 공교육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그런데도 사교육 시장에 대한 합리적 기준 없이 획일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영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기본 원리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남교육청이 수강료 조정 명령 과정에서 처분 내용을 학원 측에 미리 알려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절차적 위법성도 지적했다.

이번 판결 취지대로라면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고가의 학원비를 감수할 충분한 의사가 있는 경우 교육 당국이 학원비 과다 책정에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도 가능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경우 학원비 상한제가 무력화돼 강남의 학원들이 앞다퉈 학원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 당국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심야교습 및 수강료 과다 책정에 대한 특별단속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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